[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파면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주일 만인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으로 향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던 7일 동안 '관저 정치'를 통해 당내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사저 정치'로 대선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 70%는 윤 전 대통령이 '자숙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도 과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탄핵 찬성파는 물론 반대파들도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지층 분열을 막아야 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에 '尹-이재명 동시 퇴장론'을 내세우며 자연스럽게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시사하는 모습이다.
파면 7일 만에 퇴거.. 박관천 "파면 후 예산 사용은 횡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는 11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삿짐 일부는 사저로 옮겨졌다. 관저에서 키우던 반려동물 11마리도 함께 이동한다.
헌재에서 파면 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거의 대부분 박탈됐지만 최소한의 경호는 제공된다.
이에 대통령경호처는 40~50명 규모의 경호팀 구성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3급 경호부장이 팀장을 맡기로 했고, 한남동 관저 퇴거와 동시에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관저 퇴거는 파면 7일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 결정 56시간 뒤에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이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취임당일 0시부로 일반에 전면 공개키로 하면서 퇴임식 전날 관저에서 나와 호텔에서 하루밤 머문뒤 취임식에 참석했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이 일주일이나 관저에 머물자 '횡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9일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4일 11시 22분부터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그때부턴 국가 예산을 사용하면 안 된다"며 "비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건 아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이라든가, 변호사라든가, 지인들을 불러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만찬도 한다던데, 엄밀히 말해 국가 예산을 쓰면 횡령"이라며 "행사 비용을 어떻게 했는지 그 부분은 나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일 관저 정치.. 국힘 지도부·나경원·윤상현·전한길 등과 회동
지지자 향해 "여러분 곁 지킬 것..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
윤 전 대통령은 파면 후 관저에 머무는 7일간 연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회의원 등과 만남을 가지고 지지자를 향해 메시지를 내면서 '관저 정치'를 이어갔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당일인 지난 4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데 이어 다음날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6일에는 윤상현 의원과 만났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신당 창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는데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같은 날 자신의 지지자 모임인 국민변호인단을 통해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청년 여러분께서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9일에는 극우 집회를 통해 탄핵을 반대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친 한국사 강사 전한길을 관저로 초대했다.
전 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또, 윤 전 대통령은 "나야 감옥에 가거나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은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며 "지난 겨울 석 달 넘게 수천만 명의 청년들과 국민들이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섰는데 그분들에 너무 미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尹, 김문수에 "잘 해보라".. 이철우에게 "당선되길 바란다"
대선 영향 시도.. 신평 "尹이 점지하는 사람이 대선 후보 될 것'
이와 같은 '관저 정치'는 향후 '사저 정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국면과 맞물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들을 선별적으로 만나고, 이들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윤심(尹心)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당내 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지난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점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잠룡들은 자신에게 '윤심'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관직 사퇴 전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김 전 장관은 9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장관직을 그만두면서 저를 임명해 주신 대통령께 전화를 드려 '사퇴를 하게 됐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잘 해보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출마 선언 직후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주변 인사들의 배신에 깊이 상처받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제게도 힘껏 노력해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尹 사저 정치, 여론은 '자숙해야' 68.6%.. '尹 출당해야" 50%
윤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가 지지층 일부를 결집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역풍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무선전화 100%, ARS, 95% 신뢰수준에 ±3.1%p) 전체 응답자의 68.6%는 조기 대선에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이 자숙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면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선에 개입해야 한다'는 20.6%에 그쳤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헌재의 파면 결정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 선고 전까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강성 지지층이 격렬히 반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4사가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무선전화 100%,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헌재 탄핵 심판 결과를 수용한다는 응답은 74%, 수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였다. 중도층에서는 '수용한다'가 무려 88%였다.
특히,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출당시키고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는 게 좋다'는 답변이 50%, '중립적 입장에서 법적 절차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27%, '계속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16% 순으로 조사됐다. 중도층에서도 54%가 '출당시키고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김상욱·조경태 "尹, 탈당 조치해야".. 권영진 "尹과 다른길 가야"
딜레마 빠진 지도부 "윤석열·이재명 동시에 사라지는 게 시대의 명령"
이처럼 중도층을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뚜렷하게 나타나자 국민의힘 내에서도 탄핵 찬성파·반대파를 막론하고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핵찬성파였던 김상욱 의원은 지난 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계엄 사태와 관련해서 국민에게 행동으로 하는 사과는 바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조치"라고 말했다.
탄핵찬성파 조경태 의원도 같은날 CBS라디오에서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이라는 위헌·위법 행위로 탄핵된 대통령과의 절연은 필연적"이라며 "당헌·당규에 법률을 위반할 경우 제명 또는 탈당을 권유하게 돼 있는데, 법률보다 상위에 있는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더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탄핵 반대파였던 권영진 의원도 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을) 국민의힘과 한 묶음으로 소환해서 선거 구도를 만들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라며 "정치적으로는 이제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을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그런 선택을 내릴 경우 강성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분열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도 尹파면 이후에는 '윤석열-이재명 동시 퇴장'을 기본 노선으로 삼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장과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무대에서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 시대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즉,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 메시지에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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