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사업 지연으로 인한 해군 전력 공백 우려와 K방산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에 따른 KDDX 사업권 확보에 나선 반면, 한화오션은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양사간 의견 대립이 팽팽해 현재까지도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6000톤급 국산 이지스 구축함 6척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맡았고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아 2023년 12월 완료했다. 현재는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와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방식을 놓고 양사의 의견 불일치로 1년 넘게 사업자 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KDDX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함정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확립된 방위사업 관련 규정과 원칙,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 등 규정을 바탕으로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받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관련 규정에 따르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후속 단계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것이 신속한 KDDX 도입과 추후 선도함 건조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게 될 경우, 기본설계 내용을 새롭게 익혀야 하므로 KDDX의 적기 전력화 일정이 어그러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선도함 개발 이후 시험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어 사업 관리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수의계약 적용 요건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관련 규정상 함정 건조는 예외적인 수의계약이 가능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HD현대중공업은 과거 KDDX 개념설계 당시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한 혐의로 직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예외 사항은 어디까지나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문제가 없어야 하는 데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수의계약 예외 적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측은 최근 도약하고 있는 K방산의 대외적 신뢰도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조선사와 함정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의계약으로 HD현대중공업에 면죄부를 준다면 한국이 비리에 대해서 눈감아주는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미 거의 모든 정부 입찰 사업에서 앞서 유죄 판결로 인한 패널티를 당국으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면죄부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대안으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대한 공동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KDDX 사업의 가장 큰 위협은 2031년으로 예정된 전력화 시점에 최신 함정으로서의 성능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라며 “양대 조선사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공동으로 상세설계를 수행하고 분할 건조 방식을 택한다면 일정은 물론 기술 수준에서도 더 진일보한 KDDX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KDDX 사업은 방사청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가 심의를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고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최종 결정하면 된다. 방사청은 4월 안에 해당 안건을 분과위에 상정하기 위해 양측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갈등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함정 전력화 일정 차질과 국내 방산업계의 신뢰도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측에 상생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낼 정도로 군 내부에서도 전력 공백에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국면 등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 방사청이 사업자 선정에 부담을 느껴 대선 이후로 사업자 선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일축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KDDX 사업추진방안 결정과 대선 등 정치적 상황은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며 "KDDX 사업지연으로 인한 해군의 전력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방추위 심의조정을 거치기 위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며 정치적 상황은 이 사업추진방안 결정에 고려요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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