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받고 명예훼손 내용 현수막 철거 공무원에 선고유예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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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받고 명예훼손 내용 현수막 철거 공무원에 선고유예한 까닭

연합뉴스 2025-04-09 16:38: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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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하게 게시되지 않은 현수막 보호 가치 크지 않은 점 등 고려"

대전지방법원 법정 대전지방법원 법정

대전지방법원[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 담겨 길거리에 게시된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한 40대 공무원이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9단독(고영식 부장판사)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40대 공무원 A씨에게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3월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재연구원 인근 길거리에 게시된 시가 6만원 상당의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해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현수막에는 연구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내용과 가해자의 초성 이름, 가해자가 다른 곳으로 발령 난 사실 등이 담겨 있었다.

조사 결과, A씨는 현수막 내용과 관련된 사람의 부탁을 받고 이를 제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현수막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정식 허가 절차를 받지 않은 채 내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A씨는 불법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을 가진 공무원은 아니었다.

A씨는 법정에서 불법 현수막으로 특정 개인의 명예가 훼손될 것이 명백해 불가피하게 제거한 것이어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이 될만한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수막 내용이 특정 개인의 명예·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알리는 공익적인 목적이 있는 점, 불법 현수막을 신고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범죄 기록과 여러 양형 조건을 살펴본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한 뒤 사고 없이 그 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고 부장판사는 "현수막이 적법하게 게시되지 않았고, 내용 중 일부 특정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수막 내용과 관련된 사람의 부탁을 받고 현수막을 철거한 것으로 보여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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