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위기영아'의 실태, 발굴 및 지원 필요성 등 다양한 사례를 조명하여 현주소를 알리고, 더 나아가 위기영아의 안전한 성장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안전한 출산, 따뜻한 품'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위기영아를 위한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협성대학교 성정현 교수. ⓒ초록우산
우리나라는 급격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임산부와 갓 태어난 영아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복지의 사각지대의 양상이나 범위도 확대되고 있으며, 정부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회보장의 공백과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2023)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미등록 아동 2,123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뿐이었다. 이는 출생미등록 아동 발견 체계가 미비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여전히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의 현황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2024년 협성대학교 연구진으로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와 함께 ‘위기영아와 위기임산부 지원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위기 임신 및 출산 경험이 있는 14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다양한 위기 상황이 확인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위기임산부들은 임신 중 적절한 산전 관리를 받지 못하거나 건강 악화로 응급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아기 아버지의 무책임과 폭력,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로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출산 후에도 산후조리를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느린학습자나 외국인 임산부는 지원 체계에서 배제되기 쉬웠으며,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아동학대, 성폭력, 성매매 위험 등 긴급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했다. 청소년 임산부는 원가족과의 갈등과 단절 속에서 충분한 숙려 기간 없이 출산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미 원가족으로부터 학대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많아 정서적·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위기 임산부들은 정부로부터 출산지원금, 바우처, 생필품 등의 지원을 받았지만, 산후조리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부족했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임산부들의 경우 서비스에 대한 접근조차 어려워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문제는 고스란히 영아에게 영향을 미쳤다. 위기영아들은 영양 부족, 건강 문제, 발달 지연, 가정폭력 및 성폭력 노출 가능성, 기저귀·의류·장난감 등의 필수품 부족, 주거 불안 등을 겪고 있었다. 이는 위기임산부 지원이 곧 위기영아 발생을 예방하는 핵심 대책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4년 8월, 협성대학교 성정현 교수와 위기임신 및 출산을 경험한 대상자들이 ‘위기영아와 위기임산부 지원방안 연구’ FGI를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10월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4년 7월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을 확인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실질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정부는 위기임산부의 현실을 반영하여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한부모가족지원법과 같은 법률에 위기임산부 지원 내용을 반영하고, 임신 기간 동안 생계 지원을 포함한 전반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산전 진료비 중 고비용 검사의 추가 지원을 통해 의료적 위험을 해소하고, 긴급 주거 지원과 어린이집 양육지원 확대 등 정책적 개선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이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를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위기상담센터를 지역의 민간단체로 확대하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사회복지·보건·교육·주거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공고화할 필요도 있다.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의 문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닌 생명 보호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한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는 보다 촘촘하게 개편되어야 하며, 특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공적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 문제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사안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고민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선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