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넉 달 동안 극도의 혼란을 겪은 정치권이 바야흐로 조기대선에 돌입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르면 오는 8일 조기대선 날짜를 정한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헌법상 규정된 두 달을 꽉 채운 6월 3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날이 대선일로 정해지면 각 당은 4월말, 늦어도 5월초까지는 대선 후보 확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 입후보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에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출마를 희망하는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사퇴 시한인 5월 4일 전에는 경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는 만큼 숨 가쁜 경선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나라 이렇게 가서 안돼" 홍준표 "30년 정치인생 마지막 사명"
나경원, 尹과 1시간 독대.. 尹심 업고 대권 도전?
이철우 유정복 등 여권 광역단체장도 출마 채비
국민의힘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이번 주 중 대권 경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장관은 이르면 8일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에는 자유민주시민연합·대자연환경연합 등 김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연합의 출마 선언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조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욕심은 없지만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200명 이상이 짜서 대통령을 탄핵소추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들 8명이 파면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냐"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이게 민주주의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선 출마 로드맵을 공개하며 대권 도전 의지를 보였다.
홍 시장은 6일 페이스북에 "다음 주는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다. 화요일 퇴임 인사 다니고, 목요일은 시의회에 퇴임 인사하고, 금요일은 대구시청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다"며 시장 사퇴를 예고했다.
이어 "25번째 이사를 한다. 53년 전 동대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상경했던 그 시절처럼 이번에는 고속열차를 타고 상경한다"며 "마지막 꿈을 향해 즐거운 마음으로, 그 꿈을 찾아 상경한다"고도 했다.
홍 시장은 5일에도 페이스북에 "One Korea(원 코리아, 하나의 대한민국)! Great Korea(그레이트 코리아, 위대한 대한민국)!를 만드는데 진력을 다하겠다"면서 "30여년 정치 인생의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다음주부터 그 절차를 차례로 밟아 국민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시점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오 시장은 개헌 논의와 저서 출간 등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왔다. 이르면 이번 주 중반, 9일 전후로 출마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다시 성장이다'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려 조기 대선 행보"라고 밝히고 "대선 비전 전략서"라며 출마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다만 명태균 게이트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은 변수로 꼽힌다.
尹심을 등에 업은 나경원 의원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지난 5일 윤 전 대통령 관저를 찾아 1시간가량 독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 의원은 여당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또는 각하를 촉구하며 탄원서 제출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다. 지난 2월에는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구치소 면회를 가기도 했다.
이밖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도 대권 도전의 뜻을 내비쳤다.
이철우 지사는 5일 페이스북에 "초일류 대한민국은 평등 좌파들이 만들 수 없다. 자유 우파 지도자라야 가능하다"며 "저부터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은 4일 YTN라디오에서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이번 정국 상황을 보면서 매우 엄중한 상황이고 또 국가의 위기 상황이라고 보고 있고 이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며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9일 대표직 사퇴 전망.. 김두관·김부겸 출마 공식화
김동연·김경수 출마 선언 저울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는 9일 대표직을 사퇴하고 경선 준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 대권주자들도 줄지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는 김두관 전 의원이 끊었다.
김 전 의원은 오는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5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는 날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묘소를 참배한 뒤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출마 회견을 열 방침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민주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김 전 의원이 처음이다.
김부겸 전 총리도 8일 이후 출마 선언이 예상된다. 김 전 총리는 국회 인근에 대선 캠프를 마련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시점이다. 그동안 미뤄둔 경선 방식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곧 있을 대선의 의미는 막중하다. 계엄을 저지르고 탄핵을 반대한 세력의 집권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정권교체는 필수이며 압도적인 지지가 없으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합의를 이끌 수 없다. '탄핵의 강'을 함께 건넌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6일 언론에 "대선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8일 이후로 검토하고 (공식 출마) 발표할 예정"이라며 "출마할 것으로 (김 전 총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민주당 경선 일정이 구체화 된 후 출마를 공식화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미 국회 근처 여의도에 경선을 위한 캠프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지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탄핵이 인용되면 경선 출마 여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왔다.
다만, 대권에 도전하더라도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선을 치를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헌재 판결 이후 곧바로 입장 발표를 통해 "마침내 국민이 이겼다. '빛의 혁명'이 승리했다"고 환영했다.
김경수 전 지사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그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파면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서 완전히 새롭게 대개조가 필요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대선에서는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의미나 과정 등을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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