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 품고 산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연재되는 ‘김퇴사’는 그런 직장인의 비애를 정확히 캐치한 작품이다. 웹툰은 ‘블라인드’가 뭐냐고 묻는 상사의 질문에 도통 모른다는 표정을 연기하며 답을 구하는 부하직원들이나, 급여명세서를 현미경으로 조회하는 직원들을 한 컷에 담아 웃음을 자아낸다.
('김퇴사' 작가 지창현 씨. 사진=경향게임스)
작가 역시 프로 직장인일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퇴사’ 작가 지창현 씨는 퇴사 후 작가로 전향한 지 오래다. 단행본 ‘퇴사인류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에는 더현대와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는 등, 떠오르는 스타 작가가 됐다. 서울 마곡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김퇴사’ 작가 지창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직장 생활 해방구가 인기 작품으로
(사진='김퇴사' 인스타툰)
연애물이나 일상툰이 점령한 인스타툰에 혜성처럼 등장한 오피스툰의 시작은 미약했다. “처음에는 작품 활동이라기보다는, 일기처럼 회사에서 느낀 감정이나 경험들을 녹여낸 것이었어요". 지 씨는 본래 패션 회사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다. 직장생활의 괴로움을 해소하고자 ‘해방구’로 택한 것이 작품 활동이었다는 설명이다.
어떤 괴로움이었을까. “제가 아이를 출산하고 딱 한 달 뒤에 김퇴사를 시작했습니다. 육아휴직에 대한 문제가 있다 보니 회사 외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리다보니 김태사라는 I·P가 태어난 것 같아요” 수익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지만,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작가는 6개월 뒤 퇴사 후 작품에 전념했다.
(사진='김퇴사' 인스타툰)
다만, 작가는 작품 내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과장스럽게 연출했다. 1960년대 미국 빈티지 코믹스 풍의 그림체을 택해 유머스러움을 더했다. 지 씨는 해당 그림체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적인 그림체는 독자가 현실과의 접점을 크게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분명히 내 얘기인데 내 얘기 같지 않게” 그리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작가가 뽑은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 역시 독자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만화에서는 회사에서 일하던 중 면접 본 회사에서 전화가 오자 목소리를 낮추라고 응대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경험이 담겼다. “저는 일할 때 혹시 몰라서 항상 비상계단에서 전화를 받았거든요” 소재의 70%는 작가의 실제 경험, 나머지는 "작가적 상상력"이다. 퇴사 후에는 뉴스 댓글이나 기업과 직접 미팅에 나가 소재를 발굴한다.
“여러분은 퇴사하지 마세요”
('김퇴사' 작가 지창현 씨. 사진=경향게임스)
작품은 연재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보니 지 씨의 신변(?)에도 위협이 있었다. “팔로워 5천정도 됐을 때, 옆팀 부장님이 ‘김퇴사’ 팬이라고 단톡방에서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때까지 팀장님께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는데 조마조마했어요”
대기업들도 ‘김퇴사’ I·P에 주목하면서 여러 콜라보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3M 스카치, 삼성 갤럭시, 에이스 침대와 협업했다. 지 씨는 내달까지 여러 업체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일에는 팝업스토어에서 인기를 끈 MD 상품을 판매하는 자체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김퇴사' MD 굿즈. 사진=경향게임스)
지 씨는 현재 ‘김퇴사’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다. 그 아이덴티티란 ‘직장인에게 소소한 웃음과 위로를 주면서 누구도 불쾌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김퇴사’라는 외피를 벗으면 평범한 30대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아들 같은 남편, 딸과 잘 노는 아빠. 가족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는 가정적인 가장이다.
의도치 않게 직장인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는 지창현 작가에게 독자에게 전할 말을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직장에서 오래오래 버티시고 열심히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제 ‘김퇴사’ 만화의 영원한 소비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을 즐겨 보실 수 있도록 회사는 오래 다녀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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