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전시
경북지역의 큰 산불로 수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고령화와 지방소멸이란 시류로 인해 대형 산불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3년 대전과 충남에서의 대형 산불 역시 고령화란 요소와 맞물려 발생했고 피해로 인해 지방소멸이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끊임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일 산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279건이다. 입산자 실화가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산부산물소각이 24건, 쓰레기 소각이 28건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올해로만 한정하면 순위는 뒤바뀐다. 이달 기준 올해 산불 발생 현황은 쓰레기 소각이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산부산물소각이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입산자실화는 13건으로 나타났다. 입산자 실화는 등산객의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농산부산물소각과 쓰레기소각은 대개 읍·면 단위의 지역 어르신에 의해 일어난다. 여전히 농사를 많이 짓기에 농산부산물을 직접 태우는 경우가 많고 인프라가 광역자치단체나 주요 기초자치단체 중 시 단위 등에 비해 열악한 편이어서 쓰레기를 마땅히 버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이 역시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적당한 장소에 농산부산물이나 쓰레기를 모아두고 직접 소각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건데 각 자치단체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어 주기적으로 현장점검 등을 통해 단속하는 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되면 유관기관가 합동으로 순찰을 나가고 불법 행위 발견 시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전개되나 약발은 안 들고 있다. 산불을 낼 경우 통상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나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600건의 산불이 발생해 3만 3607㏊의 산림이 소실됐으며 피해액은 1조 8352억 원에 달했다. 특히 산불의 대부분이 자연 발화가 아닌 입산자 부주의,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담뱃불 등 사람에 의한 실화로 확인됐다. 그러나 산불 가해자의 검거율은 낮고 설사 검거되더라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산림보호법 위반 사건 107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8건(7.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벌금형(57건), 집행유예(42건)로 대부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대부분 고령이란 이유가 양형에 작용했다. 이로 인해 여전히 농산부산물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사례가 줄지 않는 것이다.
실제 최근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농산부산물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비슷한 시기 충북에서의 산불은 쓰레기를 태우다 큰 산불로 이어졌다. 문제는 대형 산불의 경우 해당 지역의 인구까지 끌어내린다.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2023년 대전-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큰 피해를 입은 금산 복수면의 경우 산불 발생 직전 2939명이었는데 지난달 기준 2837명으로 3.5%나 줄었다. 같은 기간 복수면과 비슷한 인구를 가진 진산면이 3169명에서 3084명으로 2.5% 감소한 것보다 큰 감소 폭이다. 비슷한 시기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서북면의 인구 역시 같은 기간 다른 곳보다 큰 감소 폭을 보였다. 고령화로 인해 적극적인 단속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산불이 발생하고 산불 피해로 거주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암울한 건 여전히 산불 예방을 시민의식 제고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자치구에서 산불 관련 업무를 봤던 A 씨는 “산불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서 살기 어려워져 이주를 택하는 분도 적잖다. 문제는 남은 어르신은 여전히 해왔던 방식대로 쓰레기 등을 소각한다. 고령이란 이유로 과태료가 경감돼 효과가 없다.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 등의 한계가 뚜렷하지만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보은=김락호 기자 rakho0129@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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