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두진 객원기자】 연극 <꽃의 비밀> 은 장진 감독이 직접 쓰고, 직접 연출한 순수 국내 창작극이다. 2015년 초연 이후 벌써 10년째 관객들과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연극으로 자리 잡았다. 꽃의>
무대는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유벤투스와 밀란의 경기를 직관하러 떠난 남편들이 절벽에서 추락한 사고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그 사고는 공대 출신 ‘지나’가 바람난 남편을 죽이려 고장 낸 브레이크 튜브 때문인데, 이를 알게 된 이웃 주부들이 각자의 이유로 묵인하고 보험금까지 노리게 되며 벌어지는 한바탕 황당한 작전이 이 연극의 핵심이다. 바람, 폭력, 무책임, 무관심 우리 어머니 세대가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남편들에 대한 애증이 이 연극에선 웃음과 함께 터져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남편들의 보험가입 마감 전 건강검진을 앞두고 여성들이 ‘남편 역할’을 연기하는 장면은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한 코미디로 끝나지 않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죽이고 싶을 만큼 밉지만, 죽이지 못하는’ 그런 남편과 살아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이 무대 위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이 연극은 우리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떠올리게 만든다. 웃음 뒤에 남는 먹먹함이 오래 남는다.
이날 공연에는 왕언니 소피아 역에 정영주, 술고래 자스민 역에 이엘, 미모담당 모니카 역에 공승연, 공대 출신 지나 역에 김슬기가 출연했다. 이들의 호흡은 완벽했다. 각자의 캐릭터가 선명하게 살아 있었고, 배우들끼리의 호흡도 능청스럽고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무대를 보는 내내 마치 배우들이 이 무대에서 사는 것 같았다.
정영주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엄청 웃기면서도 어려운 연극이다. 보통 공연은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지만, 이 연극은 쉴 틈 없이 달린다. 모든 코드가 웃음이지만, 그 안에는 눈물도 있다.” 실제로 그녀의 말처럼, 관객은 웃다 울고, 다시 웃으며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의 존재감은 이 연극에서 절대적이다. 그는 영화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간첩 리철진’ 등을 통해 웃음과 블랙코미디,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는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다. <꽃의 비밀> 은 그런 장진식 유머의 정수다. 웃기되, 가볍지 않고 웃음 뒤에 뭔가를 곱씹게 만드는 그의 연출력이 이 연극의 숨은 힘이다. 꽃의>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연극 <꽃의 비밀> . 장진 감독의 유쾌한 상상력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무대 위에서 우리는 잠시 웃고, 잠시 슬퍼하며 ‘삶’이라는 희극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삶에도, 마음에도… 누구나 ‘꽃의 비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꽃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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