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칼럼] Mimeme : 무의 자유 (Gwenchana)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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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칼럼] Mimeme : 무의 자유 (Gwenchana)①

문화매거진 2025-03-31 23:26:27 신고

▲ 인기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괜찮아' 챌린지 / 사진: 인스타그램
▲ 인기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괜찮아' 챌린지 / 사진: 인스타그램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 든다. 나의 취향, 감정, 기분마저 언어로 명확히 정리되고, 의미를 가져야 하며, 누군가에게 ‘전달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세상에서 ‘괜찮아(Gwenchana)’ 밈은 매우 해방적이다. ‘괜찮아. 딩딩딩’ 외에는 알아듣기 어려운 가사 속에서 몸짓이 섞인 10초 남짓의 영상은,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을 말없이 회복시킨다.

베트남 래퍼 7DNIGHT의 곡 ‘KHÔNG SAO CẢ’에 맞춰 어깨를 흔드는 짧은 영상은 “괜찮아 딩딩딩”이라는 구절과 함께 밈으로 퍼졌다. 영상은 묘한 안정감과 이상한 위로를 건넨다. 이 짧은 움직임은 말 그대로 ‘괜찮다’는 감정을 전하는 또 하나의 리듬이자 몸짓이 되는 셈이다.

이 영상이 유독 오래 남는 건 그 안에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움직인다’는 말이 종종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그 말의 순수한 상태-몸이 의식보다 앞서는 상태-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했던가?

▲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의 1968년 작품
▲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의 1968년 작품


이런 감각은 미술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Franz Erhard Walther)의 작품은 이 밈과 흥미로운 연결 지점을 만든다. 그는 회화와 조각, 퍼포먼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독일 작가로, 관람자의 ‘행위’를 통해 작품이 완성되도록 유도한다. 

천으로 만들어진 오브제 안에 몸을 넣거나, 걸거나, 끼우는 방식으로 관람자는 자신의 몸을 인식하게 되며, 미술은 더 이상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행해지는 것’이 된다. 밈 속의 남성처럼, 행위는 어떤 목적도 담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여기, 살아 있는 몸의 리듬을 수용하며 발생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만 표현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몸짓은 메시지를 가져야 했고, 감정은 정당성을 가져야 했고, 존재는 설명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설명보다 반응이다. 언어보다 리듬이고, 개념보다 감각이다. 

이 밈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실 너무도 ‘진지한 것들’에 피로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웃음을 유발하는 움직임일 뿐이지만, 그것은 일상의 무대 위에서 가능했던 하나의 비가시적인 퍼포먼스이며, 동시에 살아 있는 신체가 주는 작은 해방의 장면이다. 거기에는 개념도 없고, 기획도 없으며, 오직 리듬과 반응만이 있다. 미술이든 밈이든 결국은 감각의 재구성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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