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한 삼성전자의 혁신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리더십 공백으로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새로운 리더십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휴식 중 심정지로 지난 25일 향년 63세로 별세했다. 이로 인해 26일 예정됐던 DA(Digital Appliance) 사업부의 비전과 전략, 비스포크 AI 신제품 라인업 등을 소개하는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가 28일로 연기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이번 행사에서 ‘안전하고 쉬운 AI 홈의 완성’을 주제로 직접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라며 “아직 일이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공백을 채우는 논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삼성전자의 경영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 등 3개의 직책을 맡았으나 이 직책들은 현재 모두 공석이 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과 반도체 사업 수장이었던 경계현 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투톱’ 체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DS부문장이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되며 1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가 11월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2인 체제가 복원됐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삼성전자는 다시 1인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유고로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외신에서는 한 부회장의 공백으로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한 부회장의 별세로 단독 CEO 구조로 전환됐다고 보도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삼성전자가 AI 칩 경쟁에서 뒤처지는 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초기 공급업체가 된 점, 애플이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한 점, TSMC가 첨단 칩 제조 분야 우위를 확장하는 점 등 여러 경쟁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회장을 대신해 28일 미디어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DA사업부 문종승 개발팀장은 기자 Q&A 순서에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대책 및 인사 방향 질문에 구체적인 추진 방향과 계획이 수립돼 있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 팀장은 “가전사업부 임직원들이 현재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인사 정책에서 기존 인력의 순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리더십 발전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사인 SK가 수평적 조직 문화와 유연한 체계를 구축한 반면, 삼성은 전통적 기업 문화와 내부 인재 중심 접근법을 유지해 외부 인재 융화와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명대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기업 문화의 개방성을 높이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삼성 정신’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리더십 혁신을 추진한다면 현재의 도전 상황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