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기온은 차갑지만 햇살은 묘하게 따뜻하다. 찬바람에 움츠러들었던 감각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한다. 겨울의 끝에서 봄을 부르는 건 향이다. 그것도 쑥이 풍기는 야생의 향. 여기에 단단한 도다리 살이 더해지면 계절의 중심은 한순간에 식탁으로 이동한다. 그게 도다리쑥국이다. 그냥 국 아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남도와 서해 바다를 따라 도다리 조업이 시작되면 그물 한 장에 십여 마리가 걸려든다. 어민들은 말한다. 도다리는 지금이 아니면 못 먹는 생선이라고. 채비는 2월 말부터 시작된다. 3월이 절정이다. 항구를 나가 20분 거리, 수심 12m 바닥에서 포동포동한 도다리가 몰린다. 입질이 오는 순간을 놓치면 그날 저녁 반찬은 없다고 할 정도다.
제철 생선 도다리, 그냥 끓이지 않는다
봄 도다리는 산란을 앞두고 살이 찐다. 살은 단단하고 기름기 적다. 그래서 국물에 잘 어울린다. 특히 쑥과 합쳤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쑥은 지금 한창이다. 들판에 쭈그리고 앉은 사람 대부분이 캐는 것도 쑥이다. 봄바람 맞은 쑥의 향은 독하다. 혀가 아니라 코로 먼저 먹는다.
도다리는 광어와 헷갈리기 쉽다. 구별법은 ‘좌광우도’. 생선을 머리 아래로 뉘였을 때 눈이 오른쪽이면 도다리다. 눈이 맑고 선명한지, 아가미가 붉은지, 비늘이 촘촘한지도 봐야 한다. 제대로 고르면 실패 없다.
쑥 향 머금은 국물, 도다리쑥국이 봄을 깨운다
지금 이맘때 도다리쑥국은 별미다. 맑은 국물에 미역을 더해 깔끔하게 끓인다. 뒷맛에 텁텁함 없이 시원하게 떨어진다. 한입 뜨는 순간, 겨우내 무뎌졌던 미각이 깨어난다. 이 국은 단순한 제철 음식이 아니다. 봄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 부드럽게 부서지는 흰살. 쑥 향이 혀를 감싼다. 이걸 먹고도 봄이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안 나온다.
도다리쑥국이 몸에 좋은 진짜 이유
도다리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은 적다. 간에 좋다고 전해진다. 비타민A, 비타민E까지 고루 들어 있다. 감염병 저항력을 키우고 시력도 돕는다. 다이어트 식단에도 어울린다. 이 정도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쑥은 효능이 더 많다. 위액을 촉진하는 치네올 성분이 있다. 소화에 좋다. 따뜻한 성질이라 위장과 간, 신장을 돕는다고 '동의보감'에도 적혀 있다. 춘곤증에도 효과 있다. 단, 여름철 다 자란 쑥은 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어린 쑥만 쓰는 게 안전하다.
쑥이 술이 된 나라, 국으로 남은 민족
쑥은 술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향쑥으로 만든 압생트가 유행했다. 19세기 예술가들은 이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렸다. 고흐도 그중 하나였다. 압생트를 마시고 해바라기를 봤고, 그림으로 남겼다. 결국 이 술 때문에 정신이 무너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압생트는 ‘초록요정’이었지만 동시에 ‘에메랄드 지옥’이었다.
반면 한국은 쑥을 국으로 끓였다. 무겁지 않게, 날것의 향을 국물에 담았다. 봄을 국으로 삼켰다. 쑥과 도다리는 그렇게 만나 완성된다.
도다리쑥국 레시피
요리 재료
도다리(손질해 토막 낸 것), 쑥 약 600g, 무 적당량, 쌀뜨물 약 1.8L, 다시팩 1개, 미소된장 2큰술,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맛술 1큰술, 국간장 2큰술, 후추 약간, 대파 1대, 청양고추, 홍고추 각 1개, 소금 약간, 도다리 알(분리해 둔 것), 양파 반 개, 미나리 한 줌
만드는 법
1. 쌀뜨물에 다시팩을 넣고 육수를 낸다.
2. 육수가 우러나면 미소된장과 된장을 풀어 넣는다.
3. 무를 도다리 크기로 썰어 넣는다.
4. 다진 마늘, 맛술, 국간장, 후추를 차례로 넣는다.
5. 손질된 도다리를 넣고 끓인다.
6. 쑥 600g을 넣는다.
7. 대파와 고추는 어슷 썰어 넣는다.
8. 다시팩을 건져낸다.
9. 간을 본 후 소금을 더해 맞춘다.
10. 도다리 알, 채 썬 양파, 미나리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오늘의 레시피 팁
- 국물에 쑥 맛을 깊게 우려낼 땐 쑥을 일찍 투하한다.
- 쑥 향을 진하게 원할 땐 도다리가 익은 후에 쑥을 넣는다.
진하게 우러난 봄의 맛. 국물 한 숟갈이면 기억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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