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오너, 또는 포르쉐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포르쉐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면서 얻으려는 것은 ‘포르쉐다움’ 아닐까? 포르쉐다움에 대한 정의는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스포츠성이라고 여긴다. 좀 더 분명히 표현하자면 일상적 스포츠성이라 할 수 있다. 포르쉐보다 빠른 차는 많고 포르쉐보다 호화로운 차도 많으며 더 비싸고 안락하며 더 멀리 달리는 차도 많다. 하지만 매일 운전하는 일상용 차로서 타는 즐거움과 운전 재미를 넘어 희열을 선사하는 차는 많지 않으며 포르쉐는 그 정점에 있다.
그 일상적 스포츠성의 추구라는 명제는 포르쉐의 이단아라 불리며 등장한 첫 SUV 카이엔에서도 여실히 증명됐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놓은 두 번째 SUV 마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칸은 엔트리급 SUV로 등장한 뒤 10년 만에 2세대에서 전기차로 거듭났다.
모터를 탑재한 전기차는 엔진차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장단점과 호불호를 넘어 감성의 영역일 수 있다. 확실한 건 엔진차에서 정점에 이른 포르쉐다움을 전동화 모델에 얼마나 구현할 것인지가 엔지니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였을 거라는 사실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마칸(9천9백10만원부터), 마칸 4(1억5백90만원), 마칸 4S(1억1천4백40만원), 마칸 터보(1억3천8백50만원).
마칸 일렉트릭은 후륜구동인 마칸부터 사륜구동인 마칸 4, 마칸 4S, 마칸 터보 등 4개 트림으로 출시되는데 제원상의 수치를 보면 모자람이 없다. 마칸 일렉트릭은 최고 수준의 E-퍼포먼스를 제공한다. 런치 컨트롤 작동 시 마칸은 360마력(265kW), 마칸 4는 408마력(300kW), 마칸 4S는 516마력(380kW), 마칸 터보는 639마력(470kW)의 오버부스트 출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마칸이 57.4kg·m, 마칸 4가 66.3kg·m, 마칸 4S가 83.6kg·m, 마칸 터보가 115.2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마칸은 5.7초, 마칸 4는 5.2초, 마칸 4S는 4.1초, 마칸 터보는 3.3초 걸린다. 최고속도는 마칸과 마칸 4는 220km/h, 마칸 4S와 마칸 터보는 각각 240km/h와 260km/h다. 1회 충전으로 각각 474km, 454km, 450km, 429km를 달릴 수 있다.
전기모터는 100kWh 짜리 리튬이온 배터리로 출력을 공급받고, 최대 95kWh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전압 배터리는 포르쉐가 새롭게 개발한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의 핵심 기술로 800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덕분에 DC 급속 충전 출력은 최대 270kW에 달한다. 배터리를 21분 이내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뜻.
시내 구간을 저속으로 달릴 때는 움직임이 사뭇 편안하고 산뜻하다. 세단이나 스포츠카에 비해 적절히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시야도 넓고, 시인성 높은 계기판과 인테리어, 그립감 좋은 가죽 스티어링휠 덕에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예정된 시승 코스는 총 350km. 고속도로와 와인딩 구간을 적절히 배분해 마칸 일렉트릭의 다이내믹한 운동 성능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게 구성했다.
직진 구간에서 페달을 꾹 밟으면 즉각적으로 터지는 전기차 특유의 힘이 지체 없이 폭발한다. 등짝을 확 밀어주는 힘, 터보 모델의 115.2kg·m라는 무시무시한 토크가 실감 나는 순간이다. 최고속도는 260km/h. 속도를 높일수록 지면에 달라붙는 듯한 안정감으로 질주한다. 드라이빙의 희열은 긴 와인딩이 이어지는 국도에서 체감된다. 시승은 서울양양고속도로와 동홍천-춘천을 잇는 56번 국도, 다시 인제 상남과 미산계곡을 휘돌아 구룡령을 넘어 양양에 이르는 환상적인 코스에서 한나절 내내 이어졌다. 긴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 커브와 커브가 이어지는 한산한 국도는 마칸 일렉트릭에 숨겨진 탁월한 주행 성능을 끌어내기에 최적의 구간이었다.
터보 모델에 기본 장착된 에어 서스펜션은 겨우내 파인 국도의 자잘한 포트홀이나 과속방지턱을 조심성 없이 지날 때도 불쾌감 하나 없이 차체를 탄탄하고 매끈하게 받아주고, 깊은 코너를 고속으로 몰아칠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안정감 있는 거동은 “역시 포르쉐”라는 감탄을 절로 터뜨리게 한다. 마칸에는 처음으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탑재했는데, 최대 5도 범위 내에서 뒷바퀴 조향각을 조정해 안정성 있는 주행을 돕는다.
시승하는 내내 운전자와 동승자가 이구동성으로 이 차가 전기차인지 엔진차인지 헷갈린다고 했는데, 그건 예의 포르쉐다움에 관한 찬사였다. 이를 ‘감성적으로’ 가능케 하는 건 사운드.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라 명명한 인공 엔진음은 고유의 포르쉐 사운드를 정교하게 설계해 적용한 옵션이다. 유서 깊은 공랭식 박서 엔진을 얹은 포르쉐 356부터 최신 모델에 이르기까지 포르쉐는 자동차 사운드에 집착해왔다. 그 결과 감정적이지만 거슬리지 않는 가장 듣기 좋은 소리를 창출해냈다. 주행 내내 차의 움직임에 맞춰주던 엔진(?) 사운드는 지금 포르쉐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실감하게 했다. 특유의 윙윙거리는 소음과 유독 크게 울리는 주행 소음에 익숙한 오랜 전기차 오너로서는 너무나 그리운 감성이었다.
마칸 일렉트릭은 이전 세대보다 전체적으로 커졌는데, 특히 휠베이스가 86mm 커져 실내 공간이 넉넉해졌다. 콤팩트 SUV지만 성인 4명의 장거리 여행도 충분할 만큼 실내 거주성이 좋다. 전동화로 가는 시대 전환의 타이밍에 마칸 일렉트릭은 탄탄한 상품성으로 무장하고 시장의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에 신흥 강자는 많지만 전동화 시대에도 리딩 브랜드로서 포르쉐의 입지는 굳건해 보인다. 우리가 포르쉐에 기대하는 지금의 포르쉐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더네이버, 자동차, 이달의 자동차
Copyright ⓒ 더 네이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