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종효 기자] 교육산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AIDT(AI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투자에 거액을 투입해온 주요 교육기업들이 정부 정책 변화 등으로 경영 위기에 직면하면서 최후의 카드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천재교육, 웅진씽크빅, 아이스크림에듀, 비상교육 등 주요 에듀테크 업체들이 연달아 인력 구조조정 혹은 조직개편을 단행해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력 효율화·사업부 통폐합...내부 불안감 팽배
천재교육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일방적인 구조조정 논란에 휩싸였다. 익명 게시글에 따르면 천재교육이 700여명의 직원에 대해 최근 권고사직 조치를 단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권고 이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제보자는 회사 측이 이 표현을 악이용해 실업급여나 위로금 지급 없이 기존 직원들을 해고했으며 계약직 사원들에게 구두로 약속한 1년 후 정규직 전환 조치를 회사 측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천재교육의 조치가 직원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향후 내부 갈등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악화와 투자 실패가 가져온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배려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조직 신뢰도 하락 및 인재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천재교육 측은 해당 게시물이 현 상황을 다소 부풀렸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인력 감축에 관한 어떤 구체적 내용도 정해진 것이 없고 700명이라는 숫자도 회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터무니없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천재교육 측은 “AIDT 관련 사업에서 발생한 막대한 손실 규모를 감안할 때 인력 효율화나 사업부 통폐합 등은 고려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기업들의 구조조정 및 사업부 정리는 천재교육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12월 전사 차원의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AIDT 개발실 소속 20여명의 직원에 대해 권고사직 및 부서 재배치 조치를 실시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AIDT 관련 사업 철수 수순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기존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 창출이 미흡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다. 웅진씽크빅 측은 “구조조정이나 인력 효율화에 대해 사전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에듀도 심각해지는 경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30%에 해당하는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19억5654만원을 기록한 아이스크림에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에 대해 사전 협의나 충분한 보상이 없었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번 구조조정 이후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잔여 인력에 대한 업무 부담과 조직 문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스크림에듀의 구조조정 단행은 디지털 전환과 AI 교과서 투자 실패의 여파를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 전문가는 “아이스크림에듀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대대적인 인력 축소에 돌입했다”며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 이후에도 사업 방향의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적자 115억원을 기록하는 등 7년 연속 적자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비상교육은 지난해 12월 개인 맞춤형 학습 코칭 서비스 ‘피어나다’ 사업을 종료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스마트 학습지 브랜드 ‘온리원’ 사업부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비상교육은 신사업 확장 대신 기존 교과서 및 스마트학습 브랜드의 단가 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비상교육은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판매 부진을 적자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16.8%에 달하는 261억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과도한 투자 대비 수익성이 미흡한 구조가 지속되면서 경영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상교육의 경우 혁신적인 교육 콘텐츠 개발과 기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 및 정부 정책의 변화가 매출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향후 사업 재편과 제품 경쟁력 강화 없이는 지속적인 적자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DT 방침 갈팡질팡...후폭풍 맞은 교육기업
교육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몰리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AIDT 관련 정책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초등 3·4학년과 중고등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DT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각 교육기업들은 AIDT와 관련해 대규모 R&D 투자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정부가 디지털교과서 채택 여부를 학교 재량에 맡기게 되면서 기존 사업 전망은 급변했다.
정책 변경은 업계에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기업들이 초기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을 회수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했다. 급격한 정책 변경은 기업들이 기존 사업 모델을 재검토하게 했으며 이는 결국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로 이어졌다.
교육업계 구조조정 사례는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의 문제뿐 아니라 급변하는 정부 정책과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겪는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도 있다. 웅진씽크빅, 비상교육, 아이스크림에듀, 천재교육 등 주요 기업들이 단행한 인력 감축은 경영 위기 대응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일부에서는 사전 협의나 보상 체계 미흡으로 인한 직원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천재교육의 경우 권고사직 과정에서 불거진 실업급여 지급 및 정규직 전환 약속 위반 논란은 업계 전반에 부정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DT 관련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편승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교육기업들이 정책 전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투자 회수의 어려움에 직면함에 따라 앞으로 디지털 교과서 및 AI 교육 자료 분야에서의 투자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 간의 충분한 소통과 시장 상황에 맞춘 단계적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며 “무리한 대규모 투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는 “교육산업은 과거와 달리 기술 발전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급격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주요 교육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반영하는 신호탄”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 및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들은 내부 구조 재정비와 장기적 투자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래 교육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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