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평소보다 안심하고 창문을 연다.
“미세먼지가 비에 씻겨 내려갔을 테니 오늘은 마음 놓고 환기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도 봄철 환절기, 비가 오는 날 아침부터 환기를 시키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항상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비가 미세먼지를 없애준다는 통념은 일부 맞지만,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강한 비가 아닌 이상 미세먼지는 남아있을 수 있다
비가 대기 중의 먼지를 씻어내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비가 내리면 공기 중을 떠다니던 입자들이 물방울에 의해 지면으로 끌어내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비의 강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빗방울이 충분히 크고, 강수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실제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시간당 10mm 이상의 강수량이 있는 경우에는 대기 중 부유 먼지가 효과적으로 씻겨 내려간다. 반면, 이슬비처럼 약하거나 단시간 내리는 비는 공기 중 미세먼지 제거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물방울과 결합한 초미세먼지가 더 낮은 고도로 내려와 ‘지상부 농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강수량이 많을수록 대기질은 개선되는 경향이 있으나, 하루 종일 흐리고 약한 비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날은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유지되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이런 날에는 ‘비가 오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창문을 열었다가 오히려 외부 오염 물질을 실내로 들이게 될 수도 있다.
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실시간 대기질’
비 오는 날 환기를 시켜도 될지 말지는 강수량이나 체감 기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다. 요즘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포털 사이트를 통해 현재 위치의 PM10(미세먼지) 및 PM2.5(초미세먼지) 농도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통’ 이하 수치일 때만 제한된 시간 동안 창문을 열어 맞바람 형태의 환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고층 아파트일수록 외부 공기가 실내로 바로 유입되기 때문에 짧고 빠르게 환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인 날에는 공기청정기를 활용하거나, 실내 환기 장치를 통한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와 함께 봄철에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황사도 함께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강수 여부 외에도 황사주의보 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황사 현상은 대개 고공 대기에서부터 이동해 오기 때문에, 비가 내려도 그 영향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한다.
결국 비 오는 날 환기를 시도할 경우, ‘비가 오니까 괜찮다’는 인식 대신, 실시간 대기 상태를 근거로 환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타이밍의 환기는 실내 공기질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호흡기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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