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헌 회장 측 한 인사의 말이다.
“당시 김재수 본부장은 명예회장이 구술한 내용을 받아 적어와 발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김재수 본부장은 몽헌 회장을 만난 뒤 A4 용지에 그 같은 내용의 메모를 나한테 줬다. 나는 그 내용을 현대그룹 마크가 찍힌 서류 용지에 잘 정리해 쓴 뒤 김재수 본부장에게 다시 건내줬다.
이후 김재수 본부장은 몽헌 회장과 함께 명예회장을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그는 ‘명예회장이 구술한 내용’ 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은 발표할 내용을 먼저 써 가서 명예회장에게 그 옆에 다 사인만 받아온 것이었다. 결국 명예회장이 아니라 몽헌 회장의 구술 내용인 셈이다. 따라서 몽구 회장을 그룹 공동회장 직에서 면 하게 한 것은 몽헌 회장이 한 셈이다. 명예회장은 내용을 아는지 모 르는지 사인만 해준 것이다.”
또 다른 불씨
그간 형제 간 분쟁의 핵심은 이익치 회장의 거취였다. 이는 동시에 무주공산으로 있던 현대증권에 대한 형제간 분쟁이기도 했다. 이익치 회장은 현대증권 대표이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몽헌 회장 은 이번 승리로 금융부문을 챙기게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 캐피탈 • 투신증권 ·투신운용 • 선물 • 기술투자 • 생명과 울산종금 등의 금융사가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몽구 회장 계열의 현대자동차가 대주주이고, 현대투신은 몽 헌 회장 계열의 현대전자가 대주주로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따라서 이들 금융 계열사 중 핵심은 아직 주인이 결정되지 않은 현대증권이 었다.
몽구 회장 측은 ‘앞으로 현대자동차가 외국의 거대기업과 맞서려면 자금력이 필요하고 금융업종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란 논리를 앞세웠다. 그러나 몽헌 회장 측은 ‘자동차와 금융업종이 함께 가는 것은 이미 발표한 현대그룹의 소그룹 분리 방침에 맞 지 않다’ 고 맞섰다. 특히 현대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상선이며,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몽헌 회장이 었다.
한편 김재수 본부장이 현대그룹의 공식입장을 발표하던 시각 몽구 회장은 현대그룹 본사 9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김재수 본부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들은 뒤 핵심 경영진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회의 말미에 누군가 ‘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을 다시 면담하는 길밖에 없다’ 는 이야기 가 나왔다. 몽구 회장은 오후 6시 30분께 퇴근했다. 그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런데 몽헌 회장도 이날 밤 만취했다. 그는 밤 12시께 성북동 자택 앞에서 기자를 만났다.
- 몽구 회장이 계속 반발한다는데.
“(만취 상태에서 큰 소리로) 너 누구야!”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운전사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 갔다.
[다큐소설 왕자의난8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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