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일식집 하코네 가이세키로 매니저와 함께 자리를 옮긴 후, 정열은 잠깐 여담을 나누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부산 후배인 김성진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김 대표는 삼성그룹에서 기술 대상을 받은 최고의 개발자이다. 오늘은 특별히 두 사람이 나눠야 할 중요한 미팅이라 정열이 한 번씩 들리는 청담동의 와인 바 5도를 예약했었다. 이곳에서 저녁까지 해결할 예정이다.
김 대표가 먼저 와 있었다.
“형!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 김 대표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는 나도 좀 도와주고!”
“제가 형님을 도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부족한 게 없으신 데…”
이때 수아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와인 무역을 하면서 와인 바를 하는 대단한 여자다.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수백에서 수천 병의 와인을 파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 정열도 김수아 대표의 수완에 넘어가 작년에 천 병을 샀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2, 프랑스산 스파클링 와인을 수입가에 사서 일부는 선물로, 일부는 이곳 와인 바에 맡겨 놓고 열심히 마시는 중이다.
“오늘 처음 뵙는 분이네요? 김수아라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오세요.”
“그래, 여기 있는 김 대표가 오면 내 술을 마음대로 내줘. 계산은 내 앞으로 하고.”
“굉장히 특별하신 분인가 보네요. 우리 회장님이 이렇게 자기 술을 막 내어놓는 분이 아닌데.”
“특별하지! 이 친구는 천재야. 내가 인정하지.”
“형님! 오늘 왜 이러세요? 어지럽습니다. 하하하”
레드 와인 소스로 맛있게 구운 스테이크와 와인이 세팅되자 정열은 김성진에게 와인을 따라준다.
“AI 프로젝트는 잘 되어가?”
“형님이 개발진들을 충원해 주신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2달 후면 세계 최고 수준의 SDIX 베타 버전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역시, 빠르네.”
“한국어나 영어로 번역할 필요가 없도록 언어적 문제를 완벽하게 보완하였습니다. 오픈AI의 챗GPT4o와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보다 성능이 월등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데이터 시장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는 구글과 초거대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글로벌 데이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둘 다 미국 기업이지요.”
“그러면 전 세계 기업이나 개인들의 데이터들이 구글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되어 있다는 이야기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국은 이 데이터를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네이버가 데이터 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지 않았는가? 평가 점수도 대단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보안과 성능을 모두 갖춘 소버린 AI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구글과 아마존 같은 미국 데이터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저장한 데이터를 들여다볼 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다른 나라는 미국의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AI 시스템 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 자체가 정보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모두 미국이 들여다본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라마다 데이터 관련 규제가 다 다르기도 하고, 그러면 이 데이터들을 미국이 아닌 국가별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겠네?”
“소버린 AI 기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검색 엔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표준화가 어렵습니다. 나라마다 현지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될 텐데.”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SDIX는 글로벌 정보와 지식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각국의 고유 정보와 자국어 서비스에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더한 세계 최강의 AI 솔루션입니다. 글로벌 데이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김수아가 서빙할 여자와 같이 들어온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 하세요?”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마침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제 한잔할까? 칼리모쵸로 우선 한잔씩 하지.”
이 회장은 기분이 좋을 때는 스페인 칼리모쵸(calimocho)를 즐겨 마신다. 레드 와인과 콜라를 섞어 마시는데 대단히 매력적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젊은이들이 싼 와인을 맛있게 마시기 위해 콜라와 섞어 마시기 시작하였고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전 스페인으로 퍼져 나갔다.
칼리모쵸는 와인의 쌉싸름한 맛과 콜라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얼음을 가득 채워서 만들기 때문에 스페인의 대표적인 여름 음료가 되었다. 여기에다 레몬 슬라이스를 첨가하면 상큼한 향을 더해 최고의 칵테일이 된다.
[팩션소설'블러핑'12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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