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기억 - 조형 예술가 황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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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의 기억 - 조형 예술가 황다영

싱글 플러스 2025-03-26 13:00:00 신고

습작의 기억 - 조형 예술가 황다영

예술가는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정작 예술가를 완성시키는 건 수십 번 고쳐 쓴 습작이다. 뭐든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3월,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막막한 이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줄 만한 동시대 창작자들의 습작을 엮었다. 걸작보다 값지고 눈부신 미완의 작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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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영 작가의 재료 실험을 보여주는 오브제들.


황다영 작가의 작품은 자연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알려졌지만 완전히 다른 초현실적인 세계로 안내하는 것 같아요.
저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자연의 형태와 질감을 모방하고 재해석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저의 방식으로 변형하고 확장합니다. 특히 ‘낯선 무언가’가 주는 감각과 감정을 탐구하면서,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요. 그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규칙과 질서에서 벗어나며,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고,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일 거라고 생각하죠. 마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닷속 깊은 곳이나, 인간이 발을 들인 적 없는 밀림의 한가운데처럼요.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감정이고 이런 감정은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익숙한 자연의 요소들을 조합하고 왜곡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를 경험시키고자 합니다.



오브제처럼 부피가 작은 것부터 설치미술처럼 부피가 큰 작품까지 정말 다양한데요. 작가의 작업은 어떤 단계로 이뤄질까요?
재료마다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처음에는 주로 제가 표현하려는 감각과 감정,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그리고 그에 적절한 형태적 자연 요소에서 출발해 스케치를 하고, 여러 가지 재료 실험을 거치죠. 형태를 결정한 후에는 주로 나무나 금속으로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폴리스타이렌을 조각해서 형태를 다듬어요. 이후 표면을 우레탄으로 단단하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질감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합니다. 작은 오브제든 대형 설치물이든 기본적인 과정은 비슷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실험과 보완이 필요해서 제작 단계에 차이가 있어요.



작가의 영감을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풀어내기 위해 재료 실험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작가가 다뤘던 재료와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요?
저는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는 것을 좋아해요. 자갈, 패브릭, 레진, 금속, 우레탄, 세라믹 등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재료들을 조합해 예상하지 못한 질감과 형태를 만들어요. 처음 자갈을 사용한 실험에서는 개별적인 작은 요소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면서도 각자의 형태를 잃지 않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이러한 특징이 작품의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생각했죠. 학생 때는 가죽으로 많은 재료 테스트를 했었거든요. 가죽공예의 기본인 물성형으로 시작해, 다른 재료와의 혼합을 통해 각 재료들이 재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게 하는 실험을 했었는데, 이러한 실험의 바탕이 지금 작품활동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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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ffed, 2024 > Pink/Yello, Blue/Green.


요즘에는 더 쉽고 간편한 방식으로 3D 모델링이나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직접 오리고 붙여가며 재료 실험을 하는 이유는요?
디지털 방식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저는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어요. 특히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오거나, 손으로 만졌을 때의 감각이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실험을 계속하고 있죠. 어떤 재료는 예상과 다르게 변형되기도 하고, 우연한 질감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요소들이 제 작업에선 아주 중요하거든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방식은 오래 걸리고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만큼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실험했던 재료들을 버리거나 정리할 법도 한데 모아두는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공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모아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또 다른 작업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거든요. 우연히 남겨진 재료 조각에서 새로운 질감을 발견하거나, 실험했던 샘플이 나중에 더 큰 작업으로 발전하기도 해요. 그래서 실험했던 재료들을 계속 쌓아두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작가는 작품에 있어 실험과 습작을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습작은 단순히 연습의 개념이 아니라, 저에게는 새로운 작품으로 향하는 길잡이 같은 느낌이에요.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헤매기도 하지만 계속 나아가면 결국 피니시 라인에 도달하는 기분이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해요. 그래서 저에게는 완성된 작품보다도 그 이전의 실험 과정이 더 중요할 때도 많아요. 저에게 습작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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