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초청년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과 감사함이 함께 밀려왔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때때로 불확실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그 길 위에서 고민하고, 도전하며 때로는 불안과 마주하기도 하지만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내가 걸어온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예술가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설렘이 가득했고, 그와 동시에 이 기회를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꼈다.
지난해 서초청년작가로 활동하며 내 작품이 사람들과 만나고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 예상치 못한 해석, 그리고 그것이 불러오는 감정의 파장들은 나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때로는 짧은 한마디 감상이, 혹은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시선이 나의 창작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그런 만남들이 쌓이며 작품의 깊이가 더욱 단단해졌고, 나 역시 예술가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도 버스정류장 갤러리, 분전함 갤러리, 그리고 카페 갤러리를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다. 작년에 경험했던 전시 공간과는 또 다른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작품이 놓이게 된다는 점이 기대된다. 특히 버스정류장과 분전함 갤러리는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이 바쁜 걸음 속에서 스쳐 가는 곳이지만, 그 안에서도 잠시 멈추어 서는 순간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한숨 돌리는 순간, 혹은 무심코 길을 걷다 시선을 멈추는 순간. 그때 내 작품이 누군가의 시야에 들어온다면,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생긴다.
카페 갤러리는 또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차분한 공간 속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어 작품을 마주하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누다 무심코 그림 속 색감에 시선이 머물 수도 있다. 이렇게 일상의 한 조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전시는 나에게도 새로운 시도이며, 관객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연속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이다. 한 번 경험해본 것이라고 해서 익숙함 속에 안주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야 하고,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익숙한 주제라도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전시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전시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만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영감을 얻으며 작품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는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될까? 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그런 물음들을 안고 올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본다.
다시 한번 서초청년작가로 선정된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한층 더 깊이 있는 작업으로 보답하고 싶다. 한 해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보다 넓은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나아가려 한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울림을 믿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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