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연인
연애를 하다 보면,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연인 들이 있다. 스킨십이나 감정 교류가 무르익으면 어느 순간 “나 혼자 있고 싶어” “왜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라고 말하며 물러서는 모습.
사랑해서 가까워지려 하면, 마치 벽을 치듯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대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이런 패턴을 보이는 사람을 심리학에서는 종종 회피형 애착 성향이 있다고 본다. 회피형 애착은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정서적 접촉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표현해도 제대로 반응이 오지 않은 경험 때문에 생길 수 있다.
그 결과, 상대와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상황이 오히려 두렵거나 귀찮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회피형 애착을 지닌 사람이 보여주는 전형적 특징과, 왜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함께 관계를 이어가려면 어떤 점을 알아둬야 하는지 살펴본다.
회피형 애착이란 무엇인가
1) 애착 이론의 간략 설명
애착 이론은 어린 시절 보호자와 맺은 정서적 유대가 성인이 되어 인간관계 패턴을 형성한다고 본다. 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대체로 상대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갈등이 생겨도 소통을 시도한다.
반면 불안-양가 애착은 상대가 조금만 냉담해도 불안해하며 집착하고, 회피형 애착은 친밀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2) 회피형 애착의 핵심 특징
회피형 애착 성향자는 친밀감보다는 독립성을 선호한다. 상대방이 다가오면 “너무 가깝다”며 숨막혀하고, 감정적 의존을 요청받으면 “나는 혼자가 편해”라고 느낀다.
자신에게 취약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서, 대화에서 깊은 감정 얘기는 피하거나 농담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연인, 왜 이럴까?
1) 친밀감에 대한 공포
회피형 애착을 지닌 사람은 “누군가와 깊이 얽히면, 내 자유나 자아가 침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다.
어릴 때 양육자가 과도하게 통제적이었거나, 반대로 적절한 보살핌 없이 방치해왔을 수 있다. 이들은 ‘가까움은 곧 간섭’이라고 학습해, 애인이 자꾸 감정을 나누려 하면 “피곤하다”고 느끼고 거리를 두려 한다.
2) 감정 표현에 서툴다
회피형 사람은 감정적 대화를 할수록 상처받을 위험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가 “우리 속마음 좀 나눠보자”며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면, “그런 얘기 뭐하러 해?” 혹은 “별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하며 피하기 쉽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상대는 “가까워지려 해도 벽을 느낀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3) 독립성을 지키고 싶다
상대가 내 생활에 깊이 들어오면 스케줄, 취향, 인간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양보를 요구당할 수 있다. 회피형은 이를 “나를 구속하고 통제한다”고 여겨, 미리 선을 긋는다.
연인이 아무리 호의적으로 다가와도, 본능적으로 ‘너무 얽히면 나를 잃게 된다’고 생각해서 멀어진다.
회피형 애착 성향자의 내면: 정말 감정이 없는 걸까?
1)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다
회피형이라고 해서 사랑이나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감정을 표현하거나 인정하는 게 불편하고 두려운 것이다.
“사랑하긴 하는데, 티 내면 뭔가 약점을 잡히는 것 같고, 상대가 날 구속할까 봐 무섭다”는 식의 무의식이 작동한다. 그래서 겉으론 차갑고 무덤덤해 보여도, 실제로는 고마워하거나 슬퍼하는 마음이 존재한다.
2) 자신도 혼란스러워한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도 자기가 왜 이렇게 거리 두기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상대가 분명 좋은 사람인데 왜 자꾸 피하고 싶을까?”라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과거 상처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무의식적으로 ‘혼자 지내는 게 안전하다’고 자기 방어를 하는 상태다.
3) 방어기제를 통해 안정 추구
회피형 성향자는 투사, 합리화 등의 방어기제를 쓰며 친밀감을 회피하기도 한다.
예: “사귀긴 했지만, 애정 표현은 불필요하잖아. 그건 유치한 짓이야”라고 합리화하거나, “연인이 너무 감정적이야. 난 이성적인 편이라 맞지 않아”라고 투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회피적 태도를 정당화하며, 상대가 요구하는 친밀감을 거부한다.
회피형 애착 성향과 연애를 이어가려면
1) 상대의 독립성과 자유를 존중하기
회피형 애착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얽매인다”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연애 상대가 회피형임을 파악했다면, 과도하게 끈적이거나 질문공세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매일 보고, 매일 통화하고, 하루 일과를 낱낱이 공유해야 해” 같은 요구는 회피형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신, 적당한 개인 시간을 허락해주고, 내가 궁금한 건 정중히 물어보되 집요하게 강요하지 않는다.
2) 솔직하지만 가볍게 감정 표출
회피형 애착자는 무거운 감정 대화를 피하려 한다. 그렇다고 감정을 전혀 나누지 못하면 친밀감이 생기기 어렵다.
이럴 땐 지나친 심각함 대신,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기분이 좋았어” 정도의 소소한 감정 공유부터 시작하자.
뭔가 큰 사건을 두고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가벼운 웃음, 일상 속 감정 스파클”을 나누며 부담을 덜어준다. 조금씩 익숙해지면 조금 더 진솔한 감정 나눔이 가능해진다.
3) 갈등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게 대화 제안하기
회피형 애착자는 갈등이 커지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아예 연락을 끊거나 자리를 피하는 식으로 회피하기 쉽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 잠시 쉬었다가 차분히 이야기해볼까?”라는 식으로 조율해주는 편이 좋다. “당장 해결해야 해!”라고 몰아붙이면 회피 본능이 더 작동한다.
일정한 시간을 준 뒤, 논리적인 접근과 감정보다 사실을 중심에 둔 대화가 효과적이다.
4) 자신만의 심리정서적 지지 확보
회피형 애착자와 연애하는 상대 역시 심리적으로 소모될 수 있다. “왜 자꾸 이 사람이 날 밀어내지?”라며 자존감이 흔들릴 수도 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집착 대신, 나 자신도 내 친구나 가족, 취미활동 등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모든 감정적 욕구를 상대에게만 기대지 않고, 내 삶을 풍부하게 유지하면 상대가 거리를 둘 때도 덜 흔들린다.
회피형 애착을 지닌 사람,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
1) 애착 이론 이해와 자기 점검
우선 “내가 회피형 애착일지도 모르겠다”는 자각이 중요하다. 어릴 적 부모와 관계가 어땠는지, 감정 표현을 꺼리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뒤돌아보면, “내가 가깝게 지내려는 시도가 두려웠구나”를 인식할 수 있다.
전문 책을 읽거나 상담을 받아 애착 이론을 이해하면, 이런 행동이 단순히 ‘내 성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다.
2) 감정 노트 기록
감정 표현이 서툴다면, 노트나 일기에 감정을 쓰는 습관을 길러보자. 예컨대 “연인이 오늘 ‘내가 너무 차갑다’고 할 때, 사실 난 어쩔 줄 몰라서 쑥스러웠다.
그런데 그걸 ‘귀찮아’라고 표현해버렸다” 같은 식으로 문장화한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생긴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적으면서, 표현하지 못했던 진짜 감정과 마주한다.
3) 안전한 방식으로 서서히 열린 태도 연습
회피형 애착자는 단숨에 ‘완전 솔직한 감정 대화’로 뛰어들기 어렵다. 대신, 작고 안전한 상황부터 시도할 수 있다.
예: “오늘 기분이 좀 우울했어” 정도의 감정을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는다. 상대가 비난하거나 지나친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험하면서, ‘감정 나누기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4) 전문 상담 고려
회피형 애착 패턴이 너무 강해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면, 심리 상담에서 과거 경험과 내면의 두려움을 다루는 접근을 시도해보자.
기질적·경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전문가와 함께 자기 방어와 애착 문제를 분석하면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심리치료를 통해 서서히 타인과 친밀감을 나누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회피형 애착이라면 연애는 어려운 걸까?
1) 가능하다, 다만 노력과 시간이 필요
회피형 애착이라도 연애가 불가능한 건 전혀 아니다. 단지 ‘끈끈한 친밀감’보다는 ‘적정 거리와 독립’을 선호하기에, 상대와의 합의점이 중요하다.
예: “며칠에 한 번 정도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고, 너무 잦은 간섭은 서로 삼가자” 같은 식으로 규칙을 정해두면, 회피형 입장에서 부담이 줄어든다.
2) 상대방 선택이 중요
회피형 애착자가 편안함을 느끼려면, 상대도 어느 정도 독립적이고 감정적 폭을 존중해주는 사람이면 좋다. 불안형 애착자와 회피형 애착자가 만나면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둘이 만나도 노력으로 조율할 수 있지만, 애초에 안정 애착이나 비슷한 회피형끼리 만나면 비교적 충돌이 적을 수 있다.
3) 점진적인 친밀감 형성
회피형 애착자는 천천히 자기 영역을 허락해가며 안정감을 찾는다. 연인과 조금씩 더욱 밀도 있는 대화를 시도하면서, 실질적인 갈등 해결 경험을 축적하면 ‘친밀해져도 나에게 크게 해롭지 않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너 왜 그렇게 감정을 안 드러내!”라고 다그치는 대신, “너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나도 궁금해”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접근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실제 연애: F씨와 G씨의 이야기
F씨(회피형 애착자)는 연애 초반에 상대 G씨가 연락을 자주 하고 감정 표현을 활발히 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처음엔 “이 사람, 나 대신 다 맞춰주고 좋아해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귀어가면서 G씨가 하루 한 번은 전화하고, 주말은 늘 함께 보내길 바라고, 사소한 감정까지 공유하려고 하자, F씨가 답답함을 느꼈다.
F씨는 차츰 “난 좀 혼자 있고 싶어”라는 생각에 데이트 제안을 거절하거나, G씨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걸 왜 나랑 이야기해?”라고 쌀쌀맞게 반응했다.
G씨는 상처받고,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고민하다가, 불안형 애착이 자극되어 더욱 매달리는 식의 악순환이 일어났다.
결국 G씨가 “우린 서로 안 맞는 것 같다”고 이별을 고민하자, F씨도 혼란에 빠졌다. “나도 좋아하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숨이 막혀…”라는 심정이었다.
둘은 심리 상담을 함께 받아, F씨가 회피형 애착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G씨는 불안형적 면모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담사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애착 욕구를 어떻게 존중할지’ 구체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F씨는 “이틀에 한 번은 꼭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데이트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동반 취미를 한다” 같은 합의점을 찾아서, 자신의 혼자만의 시간도 지키고 G씨의 안정감도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당연히 갈등은 있었지만, 갈등이 생길 때마다 G씨는 “나 지금 좀 불안해”라고 말하고, F씨는 “그렇다고 내가 강제로 감정 토로하긴 부담스럽다. 조금만 진정한 뒤 이야기하자” 등 서로가 적절히 조율했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연인, 무조건 포기해야 할까?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연인 행동은 애착 이론 관점에서 회피형 애착 성향이 배경일 수 있다.
이들은 지나친 친밀감을 ‘구속’으로 인식해,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며 자존과 독립성을 지키려 한다. 상대 입장에선 “나만 사랑에 목 마른 것 같고,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차갑지?”라고 느끼며 괴로워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연애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회피형 애착자가 스스로 “나는 왜 이렇게 반응하지?”를 자각하고, 단계적으로 감정 표현이나 신뢰 형성 연습을 하면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상대도 무리하게 다가가기보다, 각자에게 필요한 독립성과 연결감을 균형 있게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관계가 결국 유지될지 말지는, 서로 얼마나 이런 차이를 인정하고 보완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회피형 애착이라면 “내가 버릇이 이렇게 굳어졌으니 어쩔 수 없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조금씩 문을 열어갈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다만 상대도 “이 사람이 왜 거리를 두는지” 이해하고, 일정 선을 존중해야 상호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사람, 알고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와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무조건 냉정하다고 비난하기보다, “이 사람이 이렇게 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구나”라고 생각해보는 게 첫 걸음이다.
상대가 노력할 의지가 있고, 나도 그를(그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회피형 애착 관계에서도 안정되고 깊은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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