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반갑다 롭붕이들
오늘 만든 요리는 로쟈가 유로지비 멤버로 활동하던 당시 가끔씩 먹었을 요리를 재현해보도록 하겠다.
레시피는 이걸 참고할것이다. 어디까지나 참고만.
로쟈찌개(Соля́нка корейски)는 뒷골목에서 흔히들 해먹곤 하는 가정식의 로쟈식 버전으로 명확한 레시피는 없이 그저 손 가는 대로 재료를 집어넣고 끓이면 되는 잡탕류다.
따라서 재료는 내 맘대로 넣도록 한다. 유로지비는 조리법이니 뭐니 그런 거 일일이 따져가며 식사할 형편이 아니니까.
조리 방식 또한 내 맘대로 할 것이다. 유로지비에선 식사당번이 곧 법이다.
(아님 말고)
일단 공통적으로, 해당 요리에는 육류가 들어간다. 보존처리된 가공육이 쓰이므로, 그에 맞춰 로쟈가 나고 자란 뒷골목에서 흔히 유통되었을 재료로 준비한다.
다소 낯선 비주얼의 소시지를 손질해준다.
베어 내, 그레고르!
그레고르는 이 소시지를 써는걸 끝으로 절규하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제 재료 손질은 관리자의 몫이 되었으니 직접 나서야만 한다.
오늘 요리는 뒷골목 가정식이다.
따라서 들어가는 거의 모든 재료는 진열대 혹은 냉장고 한켠에서 안락사만을 기다리는 재료 위주로 들어간다.
우선 당근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그 녀석을 잘 씻기고 벗겨서 토막낸다.
그저 당근 옆에 있었다는 죄목으로 끌려나온 야채들에게도 연대책임을 물리도록 한다. 사실 이 요리는 중지식 요리법이 그 기원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노파의 머리를 내리치듯 잘 쪼개준다.
싱클레어의 소중이보다 더 작은 감자들이다. 1번 수감자의 손길이 듬뿍 닿았는지 하나같이 싹을 잔뜩 틔워뒀기에 쓸 수 있는게 이것 뿐이다. 아쉬운대로 손질해 집어넣는다.
가난한 뒷골목의 방식대로라면 런○미트를 써야 하겠으나 로지온 대원의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요청에 어쩔 수 없이 해당 재료를 퇴출시켜야만 했다는 유로지비 대원의 증언을 참고하여 다른 대체품을 썼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저것에 더해 절임육 통조림도 같이 까서 넣는다. 내용물의 생김새가 참으로 없뭉이를 닮았기에 롭붕이들의 시신경을 위해 해당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레고르의 통조림 요리..가 아니라 로쟈찌개는 파멸적인 비주얼로 완성되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되지만 이것저것 다른 재료를 좀 더 넣어보도록 하자.
로지온이 개수대 아래에서 발견한 버섯.
섭취하면 약간의 우울감과 함께 특별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이 내면의 무의식에 깊이 자리한다.
별다른 향은 없지만 씹히는 질감이 좋다.
이것도 잘 잘라서 넣는다.
해당 요리에는 피클이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지트의 냉장고에 존재해야할 피클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질문하쟈 로쟈는 멋쩍게 뺨을 긁적이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오래 묵은 S사제 피클을 대신하여 집어넣도록 한다. 어쨌든 이것도 피클이고, 유로지비에게 밥투정은 사치니까.
잘 썰어 넣은 결과, 여전히 파멸적인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양념을 마저 해준다. 본래라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볶으며 요리를 시작해야겠지만 그건 사치이므로 케찹으로 대신하도록 한다. 사치는 더러운 부자들의 전유물이지 유로지비의 것이 아니므로.
참으로 유로지비스러운 요리과정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 로쟈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약간의 우유를 가져왔다. 도대체 이 낙후된 뒷골목 어디에서 이렇게 신선한 우유를 얻어왔는진 모르겠지만 이 또한 섞어주도록 하자.
여전히 간이 안맞으니 소금을 비롯한 각종 조미료를 쳐서 마무리하고 덜어먹도록 한다.
참으로 혁명적인 맛이 아닐수가 없다.
허나 뭔가 빠진듯 허전하기만 한데...
그래, 바로 이 TASTE야!
마요-네이스는 사치가 아니다.
마요-네이스야말로 유로지비의 핵심 이념과 맞닿은 원재료다.
성부님의 머리칼을 닮은 저 영롱한 빛깔을 보라.
이것이 뭔가 허전한 뒷맛까지 채워주니, 잘 섞어서 완식하도록 한다.
만국의 유로지비여, 단결하라..가 아니라, 잘 먹었습니다.
료슈의 흉통만큼이나 파멸적인 비주얼과는 달리 둘이 먹다 중지가 습격해도 모를 맛이 난다.
별개로, 저 소세지들은 구우면 이런 모습이 된다.
따로 먹어도 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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