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 작가의 말하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아름다운 것] 작가의 말하기

문화매거진 2025-03-17 15:21:40 신고

[문화매거진=MIA 작가] 시각 예술가로서 가장 공들여 가꾸는 분야의 언어는 단연 그림일 것이다. 비슷하게 중요하나 근소한 차이로 다음 순서를 차지하게 되는 건 글이며, 그다음에는 기록의 용도로 찍는 사진이나 영상, 몸짓이나 노래와 같은 무형의 언어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존재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슬며시 끼어드는 게 있다. 나에게서만큼은 어떤 골칫덩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바로 ‘말’이다.

말하기의 어려움 때문에 시각 예술가가 된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말은 오래전부터 어색한 언어였다. 때로는 너무 쉽고 그래서 아쉽고 자주 하찮은 것. 말하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어떤 패배감에 가깝다. 주워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무책임하게 쏟아내 버렸다는 무력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말은 그것이 가진 속성 자체가 워낙 치명적이다. 글은 전개할 방법이나 표현을 고민할 시간이 있고 수정할 기회가 있지만 말은 그럴 수 없다. 음성의 형태로 공중에 흩어진다는 이 말이 지닌 성질은 나로 하여금 자주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여 후회와 반성에 머무르는 시간을 연장시킨다. 쓸데없는 낭비일 뿐인. 그러고 보면 말이란 언어에 느끼는 어떤 역겨움은 사실 두려움과 가장 밀접한 종류인지도 모르겠다.

▲ 2025년 2월 20일 진행했던 북토크 / 사진: MIA 제공
▲ 2025년 2월 20일 진행했던 북토크 / 사진: MIA 제공


원래도 위와 같은 이유로 말이 버거웠는데, 날이 갈수록 ‘작가로서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고민이 커진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북토크다. 그림책 작가들은 주로 신간 출간 기념 북토크를 하기에 나도 지금껏 몇 번 감행해 왔다. 오직 작품을 홍보하겠다는 일념이었다. 북토크는 작가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유일한 통로 같아서 은연중에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한 아티스트 북 시장이 가진 특성-소량으로 제작하며 독립 서점 몇 군데에만 입고하고, 흔히 아는 온라인 서점에는 입고하기 어려운 형태이며 홍보할 채널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도 북토크는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처럼 여겨져서 아예 외면하기 어렵다. 

꼭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피할 이유도 확실치 않다는 근거로 얼마 전 그렇게 또 한 번의 북토크를 했다. 다만 말하기의 부담감을 내려놓고자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예를 들면 ‘혼자만의 감상에 빠지는 표현이나 마음은 말하지 않는다’거나, ‘작품에 숨겨진 의미보다는 작업 순서 혹은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 위주로 소개한다’ 등. 오역될 소지가 없는 내용만 다루려 한 나름의 전략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작가의 말이 작품에 ‘묻어도’ 괜찮은 것 같은 부분만 다루고자 한 의도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말과 글의 핵심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듣게 되어서 이런 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기회가 있었다. 요약하면 글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것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하지만, 말은 사회적 약속에 기반한 의사소통 체계로 기능한다는 내용이었다. 서로 목적과 역할이 다르다고 이해해도 무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갈등한 이유는, 말 또한 글과 비슷한 역할로 기능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말하기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들이 부럽다. 그들의 SNS에는 독자나 관객과 대화하는 자연스러운 사진이 군데군데 있고, 그들은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는 상태처럼-두드리면 열리는 문처럼-보인다. 비결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또 말하기와 무작정 멀어지고 싶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말하기에 능숙해진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하나는 마냥 문젯거리로만 안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말하기는 언제든 다시 요구될 것이다. 아름다운 모험이 될 수 있도록 피할 수 없다면 다듬고 다가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불완전해서 때론 불온하게까지 여겨지는 이 말이란 것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독자나 관객에 흘러 들어가는 무언가, 좋은 하나는 있을 거란 생각으로 말이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