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씨 가구 위탁 센터 내부.
앤더슨씨 성수 신관 1층의 보르게 모겐센 가구 섹션.
옷 고르듯 가구를 고르는 시대. 넓은 집에 어울리는 큰 가구가 아니더라도 내 공간에 놓은 디자이너 의자 하나, 테이블 한 점이 취향을 말해주는 법이다. 리빙 아이템 중에서도 가구는 사고팔기 쉽지 않거니와 매물을 둘러보기에도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번화가에서 가볍게 쇼룸을 방문하고 다양한 디자인 가구를 체험할 수 있다. 가구 매장이 힙한 공간으로 떠오른 건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덕분이다.
2017년 청담동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앤더슨씨는 2019년 디자인 가구 판매를 시작했고, 현재는 앤더슨씨 청담, 성수 지점과 자양동 가구 위탁 센터, 그리고 F&B 브랜드 앤헤이븐 삼성, 압구정현대본점 지점을 운영 중이다. 본사인 앤더슨씨 청담이 오리지널 제품 위주의 쇼룸이라면, 성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를 구비한 전시장이자 디자인 가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카페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가구 위탁 센터는 더 다양한 위탁 가구를 제안하는 공간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 외에도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디자인 가구를 위탁, 판매, 스타일링하는 앤더슨씨는 가구 거래 플랫폼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 자부할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앤더슨 초이 대표와 앤더슨씨 청담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조지 나카시마 테이블에 앉아 기품 있는 가구의 힘을 느끼며.
1 장 프루베 스쿨 데스크가 내려다보이는 앤더슨씨 청담. 2 가구 외에 디자인 조명도 만나볼 수 있다. 3 앤더슨씨 청담 외관. 4 조지 나카시마 컬렉션으로 채운 앤더슨씨 청담 6층.
5 조지 나카시마의 락킹 암체어에 앉은 앤더슨 초이 대표. 6 가구 위탁 센터에서는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위탁 제품을 전시한다.
가구 문화의 융성을 꿈꾸다
앤더슨씨는 짐작하듯 앤더슨 초이 대표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다. 신뢰성 있는 비즈니스를 위해 이름을 걸었다. “C는 성의 첫 글자지만, 동시에 카페, 컬렉션의 이니셜이자 사람 이름에 붙이는 의존명사 ‘씨’를 의미한다. 다중적 의미를 담은 브랜드명이다.” 2017년 여름 문을 연 카페는 작은 소품 하나까지 디자이너 피스로 채웠다. 디자인 가구가 국내에서 호응을 얻을지 지켜보는 기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1월, 가구를 실은 첫 컨테이너가 상륙하며 본격적인 가구 여정의 막이 올랐다.
브랜드의 발아는 앤더슨 초이 대표의 미국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유난히 편한 나무 의자를 발견한 그는 기념품 숍에서 판매 중인 의자 가격을 확인했다. 800달러에 이르는 금액. 고가 디자인 가구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이었다. 결정적인 충격은 친구 집에서 느꼈다. “친구는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그 집은 한국에서 본 어느 넓은 집보다 멋졌다. 지역 중고 장터나 플리마켓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 가구를 구했고 탄성이 나올 만한 공간을 꾸민 것이었다.” 그의 눈에 그것은 지식과 문화, 생활 습관의 문제였다. 한국의 가구 구매 루트가 제한적인 데 반해, 서양에는 좋은 가구가 중고 마켓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구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였다. 가구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학교 전시에서 조지 넬슨, 놀(knoll) 등 다양한 가구를 접했고, 임스 체어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앤더슨씨를 처음 카페로 시작한 건 소비자의 취향과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주목할 만한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입문자를 새로운 분야로 이끌 보편적인 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가구는 동양적 미와 맞닿은 부분이 많아 아시아 국가에서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또 허먼밀러나 프리츠 한센, 놀, 카시나, 비트라 등의 브랜드 가구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익숙하다. <아이언맨> 속 토니 스타크 집에 임스 라운지 체어가 놓여 있으니 사람들이 친숙함을 느끼지 않나. 그처럼 당시 시장의 속도에 맞춰 카페의 가구를 채웠다.”
그렇다면 앤더슨 초이 대표가 친구 집에서 충격을 받은 이후, 한국의 리빙 문화는 어느 정도 발전했을까? 앤더슨씨의 성공에서 보듯 최근에는 1인 가구라도 공들여 디자인 가구를 고르는 추세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동안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아직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유럽이나 미국은 장인의 가구를 물려받거나 되팔고 사는 문화가 발달했다. 그래서 크고 작은 경매가 셀 수 없이 많고, 좋은 가구를 시장에 내놓으면 당연히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전쟁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겪으며 자동차나 가구를 금세 바꾸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최근에는 저렴한 물건보다 품질 좋은 물건에 가치를 두니, 안정적으로 사고팔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한정적으로 생산한 가구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가구가 움직이는 시장을 만드는 데 앤더슨씨가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색색의 콘 체어와 팬톤 체어가 진열된 앤더슨씨 성수 구관.
개인의 취향
디자인 가구를 알아갈수록 취향이 점차 바뀌어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 디자이너로 입문한 그의 취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2017년 당시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재미있게도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가구 취향이 바뀔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가구 분야로 나를 끌어당긴 조지 넬슨 같은 디자이너 취향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답했다. 보다시피 현재 청담점의 메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1층 코너 섹션은 조지 넬슨 컬렉션으로 채웠고, 6층은 조지 나카시마 피스가 가득하다. 그러니 취향이 변했다기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는 조지 넬슨을 중심으로 가구 디자이너를 공부하며 점차 영역이 확장된 과정을 설명했다.
“조지 넬슨은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이너 가운데 모더니즘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인 선구자다.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가구에 도입하고 대량 생산을 수용해 당시 오피스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했다. 반대편에는 조지 나카시마, 에드워드 웜리, 폴 맥콥, 하비 프로버, 아드리안 피어사르 등 모더니즘을 수용하되 전통적 재료와 제조 방식을 유지한 보수파 디자이너가 있다. 동시에 조지 넬슨의 시대에는 미국과 유럽 간 교류가 활발했다. 네덜란드의 시즈 브락만이나 덴마크의 프리츠 한센은 반대로 미국식 대량 생산 시스템을 흡수했다. 이렇듯 조지 넬슨을 기준으로 점차 갈래가 뻗어나갔다.” 디자인 가구 공부에 대한 질문을 숱하게 받아온 그는 관심을 둔 디자이너로 방점을 찍고, 그가 누구와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방법론이 다른 반대파는 누구인지 파고들 것을 권했다. 자연스레 마음이 이끌리는 디자인, 그것을 깊이 알고 싶은 호기심을 따라야 탐구 과정이 더욱 즐거우리라.
그렇다면 앤더슨씨의 대표는 어떤 가구를 가까이 두고 사용할까? 그의 사적인 컬렉션이 궁금했지만, 사실 그는 가구를 자주 교체하며 최대한 다양하게 체험하고자 한다. 전 고객층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 연장선에서 앤더슨씨 직원들 역시 사무실에서 디자인 가구를 사용하고 그 감상을 공유한다고. “고객의 연령대가 넓기에 다양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 고객층은 30~40대지만, 성수동에 진출한 만큼 20대 고객의 취향도 염두에 둔다. 고급 가구만 취급하다 보면 20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테니 젊은 감성의 가구도 두루 체험 중이다. 앤더슨씨는 모든 고객층을 대상으로 좋은 솔루션 기업이 되고자 하는 브랜드다. 그러니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앤헤이븐 삼성에서는 한쪽에 디자인 가구를 전시 중이다.
앤더슨씨 신관에서 바라본 구관. 창문을 액자로 활용했다.
앤더슨씨만의 경쟁력
대표가 자신하는 앤더슨씨의 두 가지 카드가 있다. 하나는 위탁 서비스다. 앤더슨씨에서 구입한 가구는 언제든 다시 위탁을 맡길 수 있다. 가구를 되팔기 힘든 구조와 가격 방어가 어려운 시스템을 보완하는 파격적인 조치다. 위탁 서비스는 자체 수입 가구 판매보다 수익성이 낮음에도 일종의 사명감으로 유지하는데, 거래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져야 리빙 문화에 투자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업로드해온 3,000개의 글이다. “최근에는 가구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시장이 작아 사람들이 정보에 갈급했다. 매일 가구에 대한 글을 포스팅하니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외부에서도 후발 주자인 앤더슨씨가 빠르게 성장한 원동력이라고 평가하더라.”
마지막으로 앤더슨씨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먼저 접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과 앱을 정비해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심도 깊은 접근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전시, 강의 등도 그 일환이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위탁 서비스를 전국 규모로 확장하는 것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 해외 시장에 분점을 내는 것도 장기 계획 중 하나다. 소문난 농구 마니아인 그는 NBA의 살아 있는 전설, 르브론 제임스에게 늘 배운다며 눈을 빛냈다.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근성의 팀 플레이어의 행보를 따를 앤더슨씨의 미래가 더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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