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빨리 파악하는 법 “왜 진작 몰랐을까?”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늘 좋은 쪽만을 바라보고 싶어 한다. 새롭게 만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은 말솜씨가 뛰어나고, 눈부시게 멋진 미소와 예의 바른 태도로 우리를 반겨 준다.
이런 사람을 접하면 누구나 마음이 열리고 호감을 느끼곤 한다. 자연스럽게 “나와 잘 맞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 “이 사람과 더 가까워지면 내 삶이 한층 즐거워질 거야”라는 낙관적 기대를 품는다.
그러나 삶이란 늘 예측 불가능한 면이 있다. 그 사람이 실제로는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처음부터 알아챘다면 훨씬 더 쉽게 거리를 뒀을 텐데, 이미 마음을 열고 난 뒤에 “아, 이 사람은 정말 대단히 자기중심적이고, 상대를 자기 이익의 도구로만 삼는 면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적잖은 충격에 빠진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3장.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6가지 신호”라는 주제를 다룬다. 그 신호들을 미리 알았다면, 관계를 시작하거나 깊어지는 과정에서 경고등을 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글을 읽다 보면 “아, 이건 내가 실제로 겪어 봤던 상황이네!” 하고 떠올리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언행 속에는 “레드 플래그(Red Flags)”가 분명히 존재한다. (했었다..)
문제는 이 깃발이 처음부터 크고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치 예리하게 숨겨진 트릭처럼, 첫인상이나 초반 행동에서는 매력을 한껏 뽐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진작에 알았더라면 덜 다쳤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게 된다.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일상에서 포착할 수 있는 은근하고도 사소해 보이는 레드 플래그 들을 조목조목 살펴본다.
다음으로 “이 사람이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정말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인가?”라는 혼동 지점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왜 이런 타입에게 쉽게 매력을 느끼는 걸까?”라는 질문을 짚어 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6가지 대표 신호를 구체적인 언행과 대화 패턴, 몸짓 등을 예시로 들며 살펴볼 예정이다.
이러한 체크리스트가 조금이나마 독자들이 ‘아차’ 하는 상황을 줄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나르시시스트 빨리 파악하는 법: 사소해 보여 지나치기 쉬운 경고
나르시시스트에게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 중 하나가 “왜 진작에 몰랐을까?”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독선을 드러내거나 폭언을 퍼붓는 식으로 관계를 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부드럽고 매력적인 태도로 시작해 상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와 대화나 교류를 반복해 보면, 분명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느껴진다.
문제는 이것이 매우 미세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그 미세함 때문에 우리가 처음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 뭐” 하며 넘겨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은근한 레드 플래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나르시시스트가 내보내는 위험 신호가 당장에 폭발적이진 않아도 뒤로 갈수록 점점 영향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아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 - 자꾸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우회적으로 어필한다.
누구든 살면서 어느 정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있다. “최근에 일이 잘 풀려서 기분이 좋다” 정도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상대와 대화할 때마다, 기회만 나면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성취나 능력을 지녔는지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예전에는 내가 이런 일을 한 번 해 봤는데…”라며 계속 굵직한 성과를 부각한다거나, 자신에게 잘 보이면 좋은 이득이 있을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게 잦아지면(“잦아지다”를 사용할 때 “자주”로 치환) 상대는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로 우월감을 과시하면서 교묘히 우회적으로 말하기에, 처음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와, 그런 업적이 있었던 분이구나”라며 감탄할 수도 있다. - -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를 크게 부각하는 성향
예를 들어,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어떤 표현을 조금 잘못 쓰거나, 날짜를 잘못 기억해 말했을 때, 나르시시스트는 즉각 “그건 틀렸지!”라며 공격한다. 이때 상대를 교정해 주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고 “넌 나보다 뭔가 부족한 존재야”라는 인식을 심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 교묘해서 당사자는 스스로가 무시당했다고 바로 느끼기보다는, “아, 내가 실수했구나”라고 지나치게 자책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 점점 눈치 보게 되고 나르시시스트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 - 칭찬을 건네듯하나 이면에 ‘조건’이 붙어 있다.
“너 참 괜찮은데, 나랑 함께하면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을 거야.”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순간 듣기엔 기분 좋은 제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네가 내 기준이나 요구에 맞춰 준다면”이라는 조건이 숨겨져 있다.
또 다른 예로 “네가 예쁘긴 한데, 살을 좀 더 빼면 완벽해질 것 같아”라든가,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내가 이끄는 대로 한다면 훨씬 성장할 거야”라는 식의 표현이다. 표면적으로는 칭찬 같지만, 사실상 상대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속내가 들어 있다.
이렇게 조건부 칭찬이 자주 반복되면, 듣는 이는 “저 사람 말에 부응하지 않으면 내가 부족한 존재가 되겠구나”라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위와 같은 사례는 단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시점에서는 상대가 큰 모욕을 가한 것도 아니고, 폭언을 한 것도 아니므로 “별건 아니잖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할 점은, 이 은근한 붉은 깃발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나중엔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조금씩 “아, 이 사람이 나를 계속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조금의 실수도 못 봐주며, 나를 본인 우월감의 재료로 삼으려고 하나?”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면, 그 직관을 무시하지 않는 편이 낫다.
2. “자존감이 낮은 건가, 아니면 진짜 공감 불능?” 혼동되는 이유
나르시시스트를 대할 때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는 순간이 온다. 상대가 매우 공격적이고 비난조의 말을 했음에도, 다음 날이면 갑자기 우울해 보이거나 위축된 모습으로 돌아서 “사실 내가 요즘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래”라고 말하기도 한다.
피해자는 “이 사람도 상처가 많아서 저런가?”라며 동정심을 가질 수 있다. 혹은 어떤 나르시시스트는 겉으로는 너무 과장되게 자신을 높이는 태도를 보여서, 마치 자존감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포장하는 게 아닐까 싶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게 진짜 자존감 부족일까, 아니면 상대를 조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이는 모습일까? 사실 둘 다 섞여 있을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가 무조건 자신감이 넘치기만 한 게 아니라, 내면에는 “나는 특별해야 한다”는 불안이 내재해 있어서, 조금만 흔들려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상태를 학계에서는 “취약성-과장성(vulnerable-grandiose) 사이의 스위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한편으로는 “내가 최고야”를 외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만약 최고가 아니라면 무가치해”라고 절망하는 두 얼굴을 가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주변인이 혼란에 빠진다. “이 사람, 사실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아서 나한테 의지하려는 것 아니야?”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 시점부터 “내가 잘 달래 주면 나아지겠지” “지금은 힘들어서 저럴 뿐이야”라는 심정으로 함께하기로 한다.
실제로 나르시시스트는 이를 교묘히 이용한다. “내가 좀 못나서 그래, 사실 과거에 상처가 있어서…”라며 동정심을 유발하면, 상대는 “이 사람이 차가운 게 어쩔 수 없는 과거 탓이니, 내가 보듬어 주자”라는 마음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사람이 나에 대한 공감을 보여 주는가?”를 꼭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가 “나 힘들어”라며 상대에게 위로를 갈구하는 와중에도, 정작 상대방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잘 듣지 않거나 무시한다면, 그건 진심으로 소통하는 게 아니다.
오직 자기 고통만 중요하고, 남이 힘든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그건 진짜 자존감 부족과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 함께 체크해 볼 항목은 “상대가 과연 나나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려 하는가?”다.
예컨대, 우리가 “사실 요즘 이런 문제로 힘들어”라고 털어놓았을 때, 나르시시스트가 관심을 보이기는 커녕 화제를 자기 이야기로 옮기거나, “그게 뭐 힘들다고 그래?” 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공감 능력이 굉장히 희박하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이 단지 자존감만 낮은 게 아니고, 이 관계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자기감정만 우선시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한편으론 “공감 불능”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르시시스트가 가짜로라도 공감하는 척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겠네”라고 말은 하지만, 조금만 더 이야기해 보면 “근데 사실 나도 더 힘들었어, 네가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난 억울하지”라는 식으로 화제를 바꾸는 패턴이 나타난다.
상대의 감정에 ‘임시 방어막’을 쳐 놓고 곧바로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태도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혼동 국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를 진즉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아 보일 때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또 어느 순간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와, 대단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둘 중 어느 쪽이 그 사람의 본모습인지 모호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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