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미 칼럼] 저작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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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칼럼] 저작권에 대하여

문화매거진 2025-03-10 13:11:29 신고

▲ 아이패드를 사면 하고싶은 게 많았지만, 결국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이거다. 근데 이게 정말 정말 좋다 / 사진: 권선미 제공
▲ 아이패드를 사면 하고싶은 게 많았지만, 결국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이거다. 근데 이게 정말 정말 좋다 / 사진: 권선미 제공


[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최근에 아이패드를 구매했다. 평소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편하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맥북 할부 기간(나는 무려 32개월의 할부 기간을 견뎌냈다!)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번뜩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빠르게 질러버렸다. 실은 그날 사장님이랑 같이 일하는데 하도 나를 열받게 해서 홧김에 사버린 것도 있다.

헌데 아이패드를 사고 나니 아이패드를 담아서 다닐 파우치를 사야 했다. 괜찮은 파우치가 있는지 한참을 검색해 봤지만 마음에 드는 파우치를 찾지 못했다. 너무 평범한 파우치도 별로고, 너무 귀여운 파우치도 별론데, 가죽으로 된 파우치도 별로다. 결국 한참을 헤매다가 파우치를 주문 제작해 주는 곳을 발견했다. 

▲ '릭 앤 모티' 장면을 캡처해서 만든 파우치. 무려 38,000원이나 줬다 / 사진: 권선미 제공
▲ '릭 앤 모티' 장면을 캡처해서 만든 파우치. 무려 38,000원이나 줬다 / 사진: 권선미 제공


그리고 만든 내 파우치. 평소 좋아하던 ‘릭 앤 모티’의 장면을 편집해서 만들었다. 

‘릭 앤 모티’ 공식 파우치가 있다면 사기를 고려해 보았겠으나 그런 파우치는 없었기에 직접 제작한 것인데, 생각보다 내부는 허접해서 아쉽다. 개인 소장용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한 그림은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다. (맞겠지?) 위배되지 않으며, 나는 내가 좋아하는 ‘릭 앤 모티’를 여기저기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간혹 아주 간혹 소셜 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내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써도 되냐는 질문이나, 내 그림으로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어 써도 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또는 전시했던 그림을 모작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질문들을 받거나, 내 그림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모작된 것을 발견하면 매우 기쁘다. (어느 정도 기쁘냐 하면 난 그런 것들을 보고 정말 허공에 팔을 흔들며 기뻐한다. 이예-!) 게다가 나에게 일일이 말하지 않더라도 더 많이, 더 많은 곳에서 그렇게 해주길 정말 정말 바라고 있다. 

어릴 적 아직 돈이 없었을 중학생 시절의 나는 p2p 사이트가 한창일 시절에 처음으로 ‘검정치마’ 1집을 접하게 되었다. ‘검정치마’라는 이름에 끌려 (당시엔 그런 엉뚱한 이름들이 참 유행이었다. 예를 들면 장기하와얼굴들, 눈뜨고코베인, 전기뱀장어 등등... ) 다운로드했었는데, 생각보다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불법 다운로드한 1집을 mp3에 넣어서 듣고, 친구에게 너무나 마음에 드는 노래라며 CD에 구워서 선물하기도 했었다. (당시 내 핸드폰의 벨소리는 한동안 검정치마의 ‘좋아해줘’와 ‘Dientes’였다.)

그렇게 ‘검정치마’는 나의 10대를 함께 하고 20대를 함께했으며, 나이를 먹고 경제 사정이 나아짐에 따라 ‘검정치마’ 앨범을 구입하고 콘서트를 갔으며, 한정판이라 구하기도 힘들다는 LP를 시간 맞춰 오픈런 하는 그런 나름의 골수팬이 되어있다. 

그리고 불법으로 작품을 사본 입장에서, 정말 누군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진다면, 그다음은 응원의 마음으로 그의 오리지널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진다. ‘내 사랑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야..!’같은 기분으로.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p2p에서 받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찐팬’이라고 나대는 것도 웃기기 때문에, 혼자만의 사랑 증명법이랄까. 

▲ 여태 모은 '검정치마' CD와 LP / 사진: 권선미 제공
▲ 여태 모은 '검정치마' CD와 LP / 사진: 권선미 제공


아, 그렇다고 내 그림을 모작한다던가, 개인 소장용으로 그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당신은 저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네요’라는 뜻은 아니다. 아쉽게도 내가 그리는 그림은 너무나 더디고, 몇 개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정말.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언제나 어딘가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우연치 않게 내 그림을 마주치게 되길 항상 바란다. 

이런 연유들로 나는 저작권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예민하진 않은 편이다. 뭐, 어딘가 테무라든지 쿠팡에서 내 그림을 도용해서 무언가가 판매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기쁠 것만 같다. 실은, 디자인을 도용당했다는 사람들의 억울한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심 부러운 것도 있다. 얼마나 그림이 좋고 유명하면 도용할 정도일까! (나도 도용당하고 싶다..!!) 좋게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내 그림을 접하게 된 사람이 누가 그린 건지, 어떤 그림을 더 그렸는지 알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 않을까?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만, 나라면 그럴 것만 같다.)

쓰고 보니 ‘‘릭 앤 모티’를 위해서는 무슨 사랑의 노력을 하였느냐’라고 한다면 그저 열심히 보고 이렇게 ‘릭 앤 모티’에 관련된 글을 쓴다는 것? ‘릭 앤 모티’ 아트북을 구입한 적도 있다.  

“그러니 혹시라도 제 그림이 마음에 드시는 분들은 마음껏 캡처해서 사용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에게 은근슬쩍 자랑해 주세요. 제 삶의 소소한 기쁨 중 하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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