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이름을 빼앗긴 여성화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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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이름을 빼앗긴 여성화가②

문화매거진 2025-03-10 12:54:33 신고

[강산 칼럼] 이름을 빼앗긴 여성화가①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레이스터가 살던 당시의 네덜란드는 성매매가 공공연했으며 이를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Dirck van Baburen의 ‘조달자’라는 작품이 있다.

▲ 조달자, Dirck van Baburen, 1622
▲ 조달자, Dirck van Baburen, 1622


좌측에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은 성매매 여성, 가운데 남성은 성을 산 사람, 좌측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돈을 달라고 하는 포주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르의 그림들 속 여성들은 대부분 취해있거나 이 그림과 같이 가슴이 드러나 보인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손에 돈을 쥐고 남녀가 뒤섞여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의 성매매를 포착한 그림이 성행하였지만, 레이스터는 아래와 같은 작품을 남겼다.

▲ 제안, Judith Leyster, 1631
▲ 제안, Judith Leyster, 1631


이 그림은 무엇을 그리고자 한 것처럼 보이는가?

밝은 옷의 여성과 검정 옷의 남성, 크고 검은 그림자를 뒤로한 남성, 바느질에 몰두하고 있는 여성과 그런 여성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무어라 이야기하는 남성.

남성은 소주 3병 정도는 마셔 취한 듯 음흉한 눈빛이고 오른손에는 동전 몇 개가 올려져 있어 여성에게 건네며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 같다. 남성은 여성에게 무엇을 제안하고 있을까.

하지만 레이스터의 작품 ‘제안’ 속 여성은 목까지 꽉 끼는 블라우스, 발목이 보이지 않는 긴 치마로 보아 성매매 여성이 아닌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남성이 돈을 보이며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 여성은 그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남성이 여성에게 무엇을 제안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성관계 혹은 성매매를 제안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주된 의견이다. 여성이 남성을 거부하고 있는 상징으로 그녀가 몰두하고 있는 바느질도 있지만, 여성의 발밑에 있는 난로도 그녀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만약 그녀가 남성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발밑의 난로를 껐겠지만, 발밑의 난로는 여전히 그녀의 발을 데워주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의 제안을 완전히 거절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청혼을 하는데 동전을 여성의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일리 있어 보이지는 않아 그러한 의견은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중세 유럽 여성으로서 화가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인정받았지만, 할스라는 남성화가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던 그녀의 작품들. 하지만 20세기 이후 그녀의 작품들로 정정이 되며 그녀의 실력이 다시금 후세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정말로 다행이다.

이제야 레이스터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고,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류의 정정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미술사 속에서 묻혀버린 여성 화가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제안’은 단순한 풍속화가 아니다. 동시대 화가들이 성매매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던 것과 달리, 레이스터는 한 여성의 단호한 거부와 자기 결정권을 표현했다. 그녀의 붓끝에서 여성은 더 이상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자기 의지를 갖고 선택하는 주체로 그려졌다.

레이스터가 활동하던 시대의 한계를 생각하면 그녀가 남긴 작품들은 더욱 의미가 깊다. 단순히 여성화가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그녀의 작품들이 다른 남성 화가의 것으로 오인되었음에도, 그녀의 작품들은 끝내 그녀의 이름을 되찾았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정정이 아니라 여성 예술가들이 겪어온 억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났던 창작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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