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강 기자] 여야 정치원로들은 12.3계엄사태를 만들어낸 법적 근거인 제왕적 대통령제인 87헌정체제를 극복하고 양진영 극단의 정치 타파와 협치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개헌이 최적기이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제1당 이 대표의 결단 없이는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 대담회에는 정세균·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운찬·김황식·이낙연·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국가원로들,>
한편, 5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헌법개정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헌법개정 연석회의'를 출범하고 개헌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또한 5일 2시 같은 시각에 김대중도서관에서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의 개헌 싱크탱크인 '일곱번째나라LAB'에서 개헌 토론회를 연다.
정세균 “개헌 통한 정치복원 위해 지혜 모아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개헌의 목표는 정치복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정치 보장하는 헌법 없다”며 “그러나 우리 정치 대표 문제가 극단의 양극화고 그 양극화 원인은 승자 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할 수 있는 해법을 헌법에서 모색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것도 합의할 수 없는 정치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무책임한 극단적인 정당정치”라며 “정책이나 이념과는 별로 상관도 없다. 진보냐 보수냐 또는 중도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익과 민생도 뒷전이다. 오직 권력 차지를 위해 양대 정당은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지도자가 포용적 통합적 리더십 발휘해야 한다”며 “이해득실을 따져 계산할 일은 아니다. 개헌 통한 정치복원을 위해 지혜를 모아가자”고 말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87년 촛불혁명을 세계는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평가하고 칭송했다”며 “(그러나) 불과 8년 만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세계 조롱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움직이는 중요한 두 인물, 대통령은 헌재에, 제1야당 대표는 사법부에 자신 정치적 운명을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의장은 “승자 독식 구조를 깨는 데는 2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국회와 나누는 것이다. 그것은 책임총리제 전제로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또는 복수 추천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두 번째는 소선거구제를 양당제 타파를 위해 고쳐야 한다”며 “국회가 어느 1당도 국회 과반의석을 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중요한 처리를 할 때 반드시 다른 당과 협의해야 통과할 수 있는 소위 연합 과반의석수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주지 않으면 현재 한국 정치문화서 협치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프라이머리제·중대형선거구제 도입 제안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여대야소가 되면 제왕적 대통령의 결과가 나왔고. 거꾸로 여소야대가 되면 식물 대통령이 나왔다”며 “개헌을 통해서 어떻게든지 대화와 타협을 제도화하는, 협치를 제도화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프라이머리제도 중대형선거구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우리나라의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자면, 대통령제를 폐지하여 내각제를 채택하고 아울러 양당제 대신 다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 그리고 양당제는 이 나라 정치의 불모를 가지고 왔다”며 “양당은 각각 보수정치를 표방하며, 국가와 국민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을 지상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로들 “개헌 결정적 역할 이재명 대표, 결단해야”...이낙연, 이재명에 "당사자 위해서도 개헌해야...제왕적 권력 행복할까"
정치원로들은 ‘개헌’을 위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단이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면서 이 대표의 개헌 결단을 촉구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민주당 출신 원로들까지 개헌에 동의하는데, 이재명 대표만 유일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이 대표만 설득되면 여야 합의로 60일 안에 개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재명 대표만 설득되면 사실 오늘 토론할 필요도 없다"며 “여러분이 압력을 가해서 이 대표 한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7년 개헌특위에 참여해 현재의 '87체제'를 만들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번 시기를 놓치면 개헌이 불가능하기에 현실적으로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다. 민주당 의원 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헌에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대선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들이 대국민 약속을 개헌으로 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개헌을 하도록 무한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장 시급한 것은 우리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민주주의를 하려면 대통령 권한을 어느정도 분산을 시킬 것이냐"라며 예를들어 "사법부 독립을 하려면 인사와 임기 유지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꼭 대통령이 임명할 제도는 사법부 독립이 될 것이냐에 냉정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87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현재의 헌법에는 유신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던 대통령 권한이 그대로 있다. 하나 빠진게 국회 해산권이다"며 "87년체제 이후에 노무현, 박근혜, 윤석열 3명의 탄핵이 의결됐다. 여소야대때 일어난 현상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고, 민주화고 다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면서 "개헌은 정부와 의회가 함께가는 정치시스템으로 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러한 혼란은 계속 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尹계엄에 대해 "개헌 할 생각은 없고 이상하게 계엄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을 3번이나 거치면서 현재 우리나라 권력구조 시스템은 정상화라고 볼 수 없다"며 "이번 시기를 놓지면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개헌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보면, 세계질서 국제질서와 함께 40년 주기로 변해간다"며 "1987년 개헌 후 27년에 40년주기다. 계엄으로 그 시기가 당겨졌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지금 계엄은 87년 체제의 파멸적 종말, 장송곡 느낌이 든다. 화학적으로 말하면 금속 피로현상이 극한을 넘어선 단계다. 제도의 한계가 대단한 파열음을 내면서 종말을 고했다"며 "지금 개헌이 논의되고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 "지금 정치권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어떤 분만 소극적이고 나머지는 개헌 하자고 한다"며 "그 어떤 분이 n분의1이 아니잖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 분을 위해서도 이번에 개헌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의 국민의 분열로 인한 사회적 긴장, 여기서 당사자가 제왕적 권력을 받는 것이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줄까"라고 반문하고, "오히려 사회적 텐션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긴장이 덜한 상태에서 집권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일부 인사가 개헌에 소극적이지만, 국민 분열을 완화하고 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개헌을 하지 않으면 더 큰 불행이 올 수도 있다"고 현재의 양극단으로 치닫는 위기상황을 경고했다.
이 전 총리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하자 "일정한 단계가 오면 그분도 생각을 바꾸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같은 극심한 국민분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본인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상태로 가면 지금보다 어쩌면 더 큰 불행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그건 피해야 되는 것이 당연한 지혜다. 그래서 지금처럼 우리 국민들이 정치 위기에 대한 걱정 많이 갖고 있는 이런 시기에 87년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시대로 가는 거기에 동참하는 것이 지도자다운 일이다"고 이 대표를 향해 거듭 '개헌 수용'을 촉구했다.
한편,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축사에서 “우리의 자부심이었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우리의 정치제도가 시대적 상황에 잘 맞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크게 변화했지만 정치제도는 과거에 머물러있다”며 “우리가 당장 눈앞에 벌어진 정치적 위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통한 정치 시스템의 변혁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주기적인 혁신을 통해서만이 민주공화정 정치 체제는 유지될 수 있다”며 “바로 우리가 그러한 시기를 지금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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