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② 파랑과 파랑에 이어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전 세 번째 이야기다. 이 역시 작품을 볼 줄 모르는 단순한 눈으로 단순하게 분리하였다.
먹만 사용한 작업이 언제인지, 오래되었다. 때문에 보기만 해도 먹향이 뿜어져 나오는 작품들을 볼 때면 여러 기분이 든다.
큰 붓에 먹물을 듬뿍 적셔 한지에 철퍽, 팔의 가동범위는 팔길이만큼 크게 하며 한 호흡에 그려내던 기억이 먼저 생생하다. 그렇게 수도 없이 팔을 뻗고 굽히며 시작했었다.
그 행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시원한 기분인가 하면, 다시 그리 작업할 용기를 내지 못해 긴장이 들곤 한다. 그리고 이 두가지 마음으로 대가들의 먹선을 보고 있으면 설렌다. 아마도 다시 먹에 취할 날이 올 것이다.
1) 한국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에 소산 박대성 선생님의 말씀을 넣으며 지낸다. 내가 무얼 하는 것이지? 흔들릴 때마다 다시 보는 말이다.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것이 먼저고, 맑고 부끄러움 없는 삶의 태도가 먼저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예술의 완성된 경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만물은 ‘동일체’이며,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그냥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산 박대성-
이 작품 앞에서 다시 말씀을 되뇌었다. 내가 무얼 하는 것이지, 다시 물음이 잦아서.
가까이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쉬웠다. 먹과 산세를 이리 사용할 수도 있구나 경이로웠다. 물듦과 번짐 하나나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생생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솔가지. 길가다 떨어진거 주워와 말리고, 바라보다 바라보다 작품에 그려 넣는 솔가지. 그리고 여기 조환 선생님의 솔가지. 좋다.
2) 중국
포도 또한 즐겨 그렸다. 이번 신작에서도 포도가 있을 예정인데, 아 기가 죽는다. 어떻게 저렇게 흘러내리게 그려도 포도의 태가 우아한가. 이 기운 부럽다.
먹이란 게 번질 필요만은 없다. 갈필만으로 꽉 채워도 먹이다. 그 까끌거림이 특유의 맛깔남을 뱉어내버린다. 그래서 나도 단단히 마른 나뭇가지를 그릴때면 꼭 먹물을 쓴다.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무게감을 원한다면 먹의 갈필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이건 내게 눈뜨임이었다. 백묘법과 구륵법, 몰골법이 한 화면에 있어도 안될 이유가 없었거늘, 왜 나의 알량한 수준으로 시도해본적이 없는가. 개인전을 한창 준비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다음 단계를 열렬히 갈구하던 내게 이것이 재밌는 변곡점이 될까 긴장된다.
이처럼 어눌한 문장과 단순한 단어로 작품들을 보고 왔다. 마무리 또한 그리 해보겠다.
“좋았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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