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내림 칼럼] 영화에 한발 다가서기① 영화제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기에 이어
[문화매거진=벼내림 작가] 극장에 내가 만든 영화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는 게 꿈이었는데 그보다도 먼저 그림 전시를 하게 됐다. 꿈에 한발 다가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선 매니저님과 전시 날짜를 조율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된다. 공간 확인을 위해 다시금 방문. 사용할 수 있는 소품과, 벽면에 어떻게 그림을 고정할지 고민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곳을 내 방처럼 꾸민다면? 전시장 면적이 딱 방 하나만큼의 크기 같았다.
그동안 작업실에 항상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두던 내 모습이 겹쳤다. 이거다! 영화 그림을 다닥다닥 빈틈없게 채우는 거다! 콘셉트를 정하니 제목도 순식간에 떠올랐다. 전시명은 ‘예림의 방에 온 걸 환영해’.
술술 풀리는 것 같다가도 걸리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매끈한 벽이 아닌 거친 벽에 그림을 어떻게 고정할지 해결하고 싶었다. 세 종류의 테이프를 구매해 극장 벽에 일주일 동안 잘 붙어있는지 실험도 진행했다. 다행히 세 종류 모두 접착력이 좋았다.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걱정이 깊었는지 악몽도 꾸었다. 접착력이 약해 모든 그림이 우수수 떨어지는.)
다음으로 넘어야 할 큰 산은 전시 포스터를 만들기. 대형 TV에 포스터를 띄우고 싶어 가로로 긴 1920x1080 규격으로 결정했다. 무인 전시로 진행되다 보니 포스터에 얼굴을 크게 넣어 반갑게 맞이해드리고 싶었다. 맥북 포토 부스를 켰다. 손을 크게 펴서 ‘방가방가’ 하는 포즈로 몇 장 찍고, 그 중 하나의 사진을 그려 포스터에 넣기로 했다. 전시를 위해 사용한 재료를 곳곳에 배치하고, 방에 온 느낌을 주기 위해 옛날 벽지 같은 디자인의 배경을 뒤에 깔아 완성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인쇄한 그림에 넘버링과 영화 제목을 표기하고, 전시 개요를 만들고, 네이버 전시도 등록하니 전시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짐을 잔뜩 들고 극장에 도착했다. 정해둔 큰 틀 안에서 즉흥적으로 왼쪽은 개인 그림 위주로, 오른쪽은 디자인 스터디를 함께 한 친구들의 영화 포스터 작업물을 배치했다. (함께 영화 포스터를 만들며 피드백하는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같이 전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니 다들 흔쾌히 참여해 주셨다.)
그동안의 전시 경험을 토대로 이번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블로그와 트위터에도 홍보 글을 올리고, 처음으로 네이버에 전시 등록도 해보고, 날마다 전시장에 방문해 소식을 올렸다. 막 전시 설치를 끝내고 숨을 돌리고 있는데 바로 관람객이 오셨을 땐 너무 뿌듯했다. 홍보를 전투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그동안 작업실에서 혼자 그리고 보아왔던 그림들을 세상 밖으로, 그것도 극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전시할 수 있어 설렜던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두 번이나 영화제 프로젝트에 참여했기에, 한 번의 전시 기회가 더 남아있었다. 과연 두 번째 전시에서 벼내림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다루었을까… 한 번 더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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