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청하와 정열을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두 분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석한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두 사람에게 대통령 표창이나 훈장을 수여하는 것을 권했다.
“훈장으로 되겠어요? 이건 나라를 구한 엄청난 사건인데.”
청하가 손사래를 치며 “아닙니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그것으로 상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열을 보며 말했다.
“나도 부산이 고향인데 부산 사람에게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대통령님, 그럼.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도울 테니 어서 말해봐요.”
“지금 부산에서 제가 운영하고 있는 야학당을 학교로 정식 인가를 내주실 수는 없겠는지요?”
“아직도 야학당이 있어요?”
“네,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비는 그렇다 하더라도 집안을 돌보아야 하는 소년 소녀 가장도 많습니다.”
“아! 부끄럽습니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이런 것 하나 챙기지 못했습니다.”
정열은 야학당을 친구들과 운영하면서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몇 번 겪은 뒤로는 야학당을 학교로 만들어 전문 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하루는 정열을 유난히 따랐던 야학당의 21살 선희가 조심스럽게 상담을 원했다.
“선생님, 제가요…”
“그래, 편하게 이야기해.”
선희는 도저히 말을 잇기가 어려웠지만 용기를 내었다.
“제가 월세를 아끼려고 여자 친구와 같이 있는데요… 월급을 받아도 집에 생활비 부쳐주고 나면 다른 건 엄두도 낼 수가 없어요. 남자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선희는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운지 연신 눈물을 훔쳐내며 이야기한다. 정열은 선희가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선생님, 어쩌다가 한 방 친구와 연인 사이가 되었어요. 흔히 말하는 레즈비언…”
정열은 선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어깨를 다독거려주며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너무 큰 걱정 말고…”라며 달랬다.
그 이후로 정열은 해답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팩션소설'블러핑'109]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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