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직접 최종 의견 진술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1차 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84일 지났다.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께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몇 시간 후 해제했을 때는 많은 분들께서 이해를 못하셨다. 지금도 어리둥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계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과거의 부정적 기억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이런 트라우마를 악용하여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했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결심했을 때 제게 엄청난 어려움이 닥칠 것을 당연히 예감했다"며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했다.
이어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면, 고작 280명의 실무장도 하지 않은 병력만 투입하도록 했겠느냐, 주말 아닌 평일에 계엄 선포를 하고 계엄을 선포한 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도록 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겠냐"며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이 가짜뉴스·여론조작·선전선동으로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발언을 비롯해 야당의 핵심국방예산 감축으로 군 무력화, 취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 줄탄핵, 입법 폭주 등으로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음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국민, 우리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탄핵 기각을 전제로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손질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책임총리제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약 40분에 걸친 최종 의견 진술 말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족한 저를 지금까지 믿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재판관들을 향해서는 "대통령으로서 고뇌의 결단을 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모두 설명 드릴 수 없는 부분에까지 재판관님들의 지혜와 혜안이 미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