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사직 전공의들의 군 복무 문제를 두고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의 병사 복무를 불허하고 순차적으로 군의관으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집단 사직한 전공의 중 병역미필자가 3300여명에 달하면서 입대까지 최대 4년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이자 전공의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 “전공의들, 향후 4년간 차례로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입대 시킬 것”
발단은 국방부가 지난달 10일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선발되지 못하고 입영 대기하는 의무사관후보생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해 관리하겠다며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군의관을 선발하고 남는 초과 인원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지난 21일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된 사직 전공의를 향후 4년 동안 차례로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등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입대시키겠다며 전공의들의 일반 병사 복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간 국방부는 매년 의무사관후보생 중 600~700명을 군의관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200~300명을 보충역으로 편입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공보의로 근무시켰다. 후보생은 의사 면허를 가진 병역의무자가 인턴 과정에 들어갈 때 지원한다. 일단 후보생 병적에 편입되면 병역법 시행령 제120조에 따라 취소나 포기가 제한된다. 도중에 후보생 자격을 포기하고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올해 입영대상자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자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병역 특례를 주겠다며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했지만, 108명의 전공의만이 이에 응했다.
지난해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군 복무 대상이 된 사람은 3300명, 이 중 올해 군에 배정되는 인원은 1000명으로 2200여 명은 길게는 4년간 입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전공의 “입대시기 제한은 기본권 침해” 반발
이같은 국방부의 방침에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훈령 개정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면서 일반 사병으로의 복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의 경우 올해 입영할 계획으로 사직서를 냈는데, 4년간 입영 대기 상태로 지내려면 취업 등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현역병 입대 방법을 열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 미필 사직 전공의 100여명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사회자로 나선 분당제생병원 출신 사직 전공의 송하윤씨는 “사직하면 바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서류에 서명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사직해도 바로 군대에 가지 못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개정한 훈령을 소급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도 논란이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한 번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되면 병사로 복무할 수 없다"며 사직 전공의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공식 확인하자 전공의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현역병 입대가 불가능한 유일한 직군이 전공의”라며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군의관으로도, 공보의로도, 현역병으로도 보내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법정에서 봅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복무 대상자의 예정 입영일은 3월 17일로 대한의사협회 등은 정부가 공중보건의사 배정 인원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공중보건의사 수 감소로 농어촌 의료 공백이 생길 것이라 주장하며 병무청의 올해 공중보건의사 의과 선발 인원 250명은 지난 2023년 선발 인원인 904명의 3분의 1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軍 ‘원론적 입장’ 고수에 “의정 간 대화 촉구” 목소리도
그러나 군 복무는 군 기강과 국민 정서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만큼 군과 국방부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전공의의 복귀가 우선이며, 그 이후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대안 제시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며 “올해 의료 대란이 일단락되고 전공의가 복귀한 뒤 국방부가 입영 의향이 있는 전공의들에게 입영을 확정하고 시기를 지정해주는 정도의 방법이 가능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군 미필 전공의들의 병역문제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라며 “군의관 및 공보의 수급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하루빨리 의정 간 대화 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오는 27일 사직 전공의 1000여 명을 의무장교(군의관) 700여 명과 공중보건의사 250명으로 역종 분류하고 병무청에 명단을 보낼 예정이다. 선발 방식은 난수를 부여해 무작위로 추첨한다. 다만 입대 상한 연령인 33세 해당자와 지난해 사직 전공의 입영 의향 조사에서 ‘2025년 입대’를 희망했던 인원을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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