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시아 이상주의’-동이 때부터 동학·증산도·통일교까지 한민족의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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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시아 이상주의’-동이 때부터 동학·증산도·통일교까지 한민족의 이상은?

여성경제신문 2025-02-25 18:32:40 신고

고조선 건국이념부터 동학·증산교·통일교 교리까지 한민족과 동서양 이상주의의 역사를 한 권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된 지 16년 만에 번역 출간됐다. 재미 사학자 고(故) 이홍범 박사가 쓴 <아시아 이상주의 asian millenarianism> (대동화)가 그것이다. 

‘이상주의’란 영어 Millenarianism을 번역한 용어로, Millenarianism은 1000년을 뜻하는 라틴어 Millenarius에서 온 말이다. 서기 2000년 전후에 밀레니엄이란 말이 회자하였는데 같은 의미다. 여기에 이념을 뜻하는 -ism이 결합하여 Millenarianism이 되었는데 천년왕국설, 천년지복설이라고도 번역한다. 

'아시아 이상주의' 책 표지 /대동화
'아시아 이상주의' 책 표지 /대동화

요한계시록 20장 1~6절에는 말세에 그리스도가 재림하여 의인을 부활시키고 그리스도가 지배하는 지복한 왕국이 1000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언이 나와 있다. 학계에서는 이에 착안하여 이상주의(Millenarianism)를 ‘종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이상향’ ‘유사 이래 지구촌의 정치, 역사, 문화, 의학, 과학 등 모든 분야에 걸친 학문적 성과를 이용하여 전쟁과 질병이 없고 모두가 동등하고 빈부 차별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지구촌’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또한 이를 위해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를 중심으로 많은 대학에서 지구촌을 더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이상주의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약 1만 년에 걸친 아시아의 역사를 집대성하여 고대 한국이 아시아 문명의 모체이며 한민족의 사상과 문화, 이상주의가 아시아 이상주의에 크게 영향을 미쳤음을 고증하고 있다. 특히 동학농민운동이 고대 한국의 이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한국 역사상 최대의 이상주의적 봉기였음을 밝히고 동북아시아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이상주의적 운동인 중국의 태평천국 운동과 비교했다. 또 고대 한국의 이상주의가 동학을 거쳐 증산교나 통일교 등 현대 종교로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됐는지 유사점과 차이점도 제시하고 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대사 부분이다. 고대 한국 문명은 세계 4대 문명 이전에 존재했고 유교, 불교, 도교, 수메르 문명, 기독교, 태평천국, 동학운동에 영향을 준 세계 최초의 이상주의 이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태호복희, 염제신농, 황제헌원 등 3황과 5제 중 신원이 불분명한 전욱고양을 제외한 4제(소호금천, 제곡고신, 제요도당, 제순유우 등)가 모두 한국인(동이족)이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중국인들은 한(1) 자로 된 성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들 3황4제는 당시 한국인과 같이 두(2) 자로 된 성을 사용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동이(東夷)’란 용어의 개념 해석도 새롭다. 동이는 ‘동쪽의 오랑캐’란 의미가 아니라 ‘동쪽의 큰 화살’인데 당시 상형문자 궁(弓)은 ‘하늘’ 또는 ‘천심’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많은 역사서에는 동이를 멸시의 의미가 아니라 ‘문명인’ ‘덕이 있는 사람’ ‘위대한 나라의 사람’ 등 존경의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대 한국의 영토에 대한 언급도 있다. 고대 한국이 중국을 건국하고 대부분의 중국 영토를 통치했으며 일본으로 들어가 일본 황실을 포함한 일본의 지배계층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자 또한 고조선 한국인이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화 사대주의와 일제 식민주의 역사관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민족사관에 젖어있는 재야 사학자의 주장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경력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저자인 고 이홍범 박사 /대동화
저자인 고 이홍범 박사 /대동화

이홍범 박사는 1943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경대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국제정치와 역사를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했다. 2011년 미국 평화상을 받았으며 헌팅턴 커리어대 학장, 오바마 대통령 명예장관, 세계환단학회 회장, 세계정경학술협회 총재 등을 역임했다. 

이 박사는 책의 서문에 동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언급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와그너 박사를 비롯한 저명한 교수들이 박사학위 논문으로 동학에 관해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와그너 박사는 그 까닭으로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원군과 동학을 연구해야 하는데 대원군 연구는 하버드대 펠레스 박사가 이미 했기 때문에 동학 연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다. 그 후 와그너 박사가 펜실베이니아대학으로 옮기면서 필자도 같은 대학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하게 되었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대학에 가자 이번엔 그곳 교수들이 중국 태평 운동과 동학을 비교 연구를 해 주고 ‘밀레내리어니즘(이상주의)’에 대해서도 연구를 병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주변 교수들의 요청을 반영하다 보니 동학에서 증산도까지, 고대 단군, 환웅, 환인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고 신의 세계라든지 신통력이라든지 이런 걸 설명하려다 보니 자연과학을 물리학, 양자역학까지 연계해서 총체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물로 이 책 <아시아 이상주의> 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책을 집필한 사람은 1인이지만 많은 전문가의 도움과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이 책에 녹아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이 책은 2007년 뉴욕의 캠브리아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하버드대학교에서 3년 연속 연구 도서(참고도서)로 선정됐고 예일, 프린스턴대 등에서도 연구 도서로 선정됐다. 

586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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