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과 섞여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견됐다가 전사한 북한군 유품에서 나온 메모 글귀 중 한 문장이다.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정경헌’이라는 북한군 병사로, 러시아의 쿠르스크주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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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5일 ‘러시아에 흩어진 북한 병사의 유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북한군들이 이국 땅에서 쓰러지는 최후의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직 북한군의 협조를 얻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입수한 북한군의 유품, 수기, 사진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북한군 병사들의 극한의 정신상태와 조선노동당에 대한 충성, 희박한 희망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앞선 사례에서 정씨는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메모장을 가득 채웠지만, 말미에는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당에 (입당을) 청원할 것”이라는 명확한 포부도 함께 담았다. 실제 정씨는 입당 청원서도 소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번역을 맡은 북한군 출신 이현승씨는 “당원 자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선 빼놓을 수 없다. 살아 돌아갔다면 당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작은 희망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원이 되면 명예와 혜택이 제공된다. 진학이나 취직 등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모두가 입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군 병사들은 전과를 얻는데 필사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정치 전문가인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도 “사망한 병사들은 대부분이 당원 자격이 없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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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또다른 메모에는 무인기(드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그림과 함께 “드론을 발견하면 세 명이 한 조로, 한 명은 유도하고 나머지 두 명은 사격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우크라이나군은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을 사용하며 21세기 현대전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은 고성능 장비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에 드론과의 교전이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엘리트 부대라고 분석하면서도, 1950~1953년 한국 전쟁 이후 실전 경험 부족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북한으로부터 1만명 이상을 지원 받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했으나, 지금까지 약 4000명이 사망했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의 유품에서 러시아어로 ‘병역증명서’라고 적힌 수첩도 여러개가 발견됐다. 기재된 생년월일이 정확하다면 참전 병사들은 모두 20대지만, 출생지나 성명, 직업 등이 엉뚱하게 쓰여 있는 것을 보면 파병 은폐를 위해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생포된 북한군 병사들 역시 러시아군 신분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연방 투바 공화국 출신의 다른 사람 이름이 사용됐다.
‘손들어’, ‘무기를 버려라’, ‘투항하라’ 등의 러시아어 발음을 한글로 적은 메모도 확인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사령부(SOF)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이외에도 작성자가 ‘김정은’으로 표기돼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지 말라”는 내용의 격려 편지, “2024년 12월. 러시아 땅에서 생일을 맞이한 가장 친한 전우 동지 송지명씨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메모 등이 발견됐다.
닛케이는 작전 내용조차 알리지 않은 채 북한군을 최전선으로 보낸 배경에 의문이 든다 지적했다. 지난달 생포된 북한군 두 명은 취조 당시 훈련으로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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