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과의 만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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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과의 만남들

문화매거진 2025-02-25 17:12:05 신고

▲ 최근 영상자료원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의 보름달을 촬영했다 / 사진: 구씨 제공
▲ 최근 영상자료원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의 보름달을 촬영했다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고등학교 때 볼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영화를 봤다. 도서관에서 DVD를 이용하여 영화를 보거나 집에 있는 TV를 최대한 활용하며 영화를 보았다. 최근에 읽은 ‘영화 도둑 일기’(2024)를 보니 불법적인 경로로 영화를 즐기는 씨네필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다. 그리고 불현듯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5학년즈음 ‘학업에 집중하자!’ 같은 이유로 일시적으로 집에 있던 TV를 없애버리게 되었다.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 중 중요한 연결고리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조금은 서운한 시절이 되었지만 그 영향으로 남들과는 다른 추억이 생기게 되었다. TV 없는 우리(나와 동생)를 위해 부모님은 영화, 드라마 상영회를 주 2회 정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한 드라마가 선택되기는 했지만 신문물을 간헐적 단식처럼 마주한 터라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봤다. 약속된 시간이 되면 네 식구가 적은 책상을 기준으로 둘러앉아 가지각색의 의자를 끌고 모였다. 책상용 의자, 화장대 의자, 식탁 의자 등 다양한 의자에 앉아 작은 노트북에 여덟 개의 눈이 집중되던 시간은 그때 봤던 드라마보다 더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주로 드라마를 많이 보았지만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종종 영화도 다운로드하여 보여주셨다. 그때는 그 경로가 어떤 것인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가끔 집에 DVD와 케이스가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에 구매했다고 어림짐작하기도 했지만 당최 알아먹을 수 없는 컴퓨터 화면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날도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스파이더맨 3’를 보여주셨다. ‘스파이더맨 3’에 나오는 인물은 보통의 빨간색과 파란색 슈트와 달리 검은색 슈트 차림 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노이즈가 많은 어두운 화면 속에서 검은색의 스파이더맨과 베놈이 배경과 구별되지 않아 눈을 찌푸리며 보았다. ‘검은색 인물이라 그런가 참 안 보이네...’라고 생각하며 안개가 낀 날에 운전을 하는 것처럼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검은 화면으로 올라가는 이름들 사이로 나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랬다. 내가 본 화면은 누군가 상영되는 화면을 찍은 영상이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이후로 스파이더맨에 대한 흥미와 불법 다운로드 영상에 대한 관심은 모두 끝났다. 최근 ‘영화 도둑 일기’(2024)를 보고 단단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기도 했지만 ‘화질이 좋은 버전이 버젓이 있는 영화는 돈 내고 보는 것이 맞다’에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그렇게 영상물을 부모님을 경유해서만 보던 시절을 지나 중학생 때는 컴퓨터와 인터넷 TV 등을 활용하며 비메오와 네이버 독립 영화관을 돌아다녔다. 인터넷 TV에 무료 영화로 풀린 것들은 거의 다 보았고 시험 본 날이나 특별한 날은 허락을 받고 보고 싶은 영화를 돈 내고 보았다. 조금 무료할 때는 네이버 독립 영화관에 들어가서 5분에서 10분 남짓한 잔잔하고 께름칙한 단편 영화들을 보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여러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사용해 보는 것을 취미처럼 갖고 있었다. ‘굿노트’나 ‘인스타그램’ 등을 2012-13년도쯤 다운로드해 보았고 거의 모든 기능적인 어플을 사용해 보고 지우는 것을 반복했다. 그중 ‘왓챠(Watcha)’가 있었다. 그때의 왓챠는 오티티가 아닌 단순히 영화 평점을 매겨서 정리할 수 있는 어플이었다. 한창 영화를 많이 보고 있던 때라 어딘가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내가 본 영화를 점수를 매기며 본 영화의 수가 쌓아가는 것을 즐겼다. 300개가 600개가 되고 800개가 되었을 때 왓챠는 책을 평가하는 것까지 확장했고 나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학생이 되고 넷플릭스에 빠져 왓챠는 잠시 잊고 지냈다. 그러다 왓챠도 오티티 플랫폼에 합류하게 되었고 왓챠 오티티 론칭 기념행사(?)에 응모하여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 것에 당첨되는 경우가 인생에 많지는 않았지만 당첨이 되었고 그 이유를 오랜 유저이기 때문이라고 짐작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행사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 창업 관련 행사처럼 많은 분들이 양복 차림이었다. 백팩을 메고 등장한 나와 친구는 어리둥절하게 발표를 듣고 즐겁게 케이터링만 즐기다 왔다.

나의 다양한 영상물과의 만남은 확장되면서도 일관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돌고 돌며 최근에는 영상자료원에 방문하게 되었다. 올해는 많은 영화와 함께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업을 하면서 거의 매년 초마다 영상 작업을 마음먹는다. 하지만 영상 작업을 상상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올해는 꼭 마음먹기에 그치지 않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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