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세린 작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 관심사에 관한 생각을 말로 표현한다. 대화로 주고, 받고. 적는 사람들도 있다. 사적으로는 일기가 되기도 하고, 공개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스레드에 적는 글이 된다.
표현은 정제작업을 거친다. 감정이나 기분이 우선이고, 그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말이든 몸짓이든 그에 적절한 여타 방식을 찾아 나간다. 감정 표현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긴 게 아닐까.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표현이다. 대화 중 적절한 말을 고르거나 화가 나서 던질 무언가를 찾는 행위도 결국 같은 맥락에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담아내기에 연필이 좋을지, 붓이 좋을지, 건식 재료가 좋을지 습식 재료가 좋을지 하는 고민이다.
이 비유를 이어나가 보자면, 순간적 감정 표현은 손으로 그리는 지두화(指頭畫: 손으로 그리는 그림)와 같다. 단순하게는 매체를 거치는 과정이 적을수록, 지면에 가깝게 맞닿을수록 직접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행위예술은 자체적이다. 아무튼 때로 원색적으로 여겨지는 표현이 있다. 심한 것들은 지두화로 치면 그림이나 그리는 행위는커녕 손을 강하게 움켜쥐거나 할퀴는 손짓에 그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이렇게 인식된다. “왜 저래?”
말로 해야 한다. 언어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절한 표현을 찾고 적절한 방식과 재료를 찾아야 한다. 친절함이 될 수 있도록. 물에 빠지지 않고 걸어올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놔 주는 일이다. 목적은 물에 빠지지 않거나 잘 건너는 것보다도 건너온 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하고 알게 하기 위해서. 사실 그렇게 따지면 어떻게든 건너오게 하기만 하면 된다. 물에 빠뜨리고도 머리채 잡아 질질 끌고 오든, 세이렌처럼 노래를 부르든.
정확히 ‘이쪽’으로 오게 하려면 여러 길이 있다. 다만 사방이 물로 가로막힌 섬이고, 물살은 때로 세거나 약하며 물의 수위도 그렇다. 무엇이든 다 물이다. 유행도 있고 시대도 있고 경제의 흐름도 있다. 어쩔 땐 소금물이 흐르고 어떤 때에는 기름이 둥둥 떠 있기도. 어쨌거나 물길이 좁은 곳도 있고 넓은 곳도 있으나 현명해야 한다. 나는 내가 완급조절을 아주 잘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과히 친절하지도 않고 도를 넘어 무례하고 싶지도 않다. ‘이쪽’으로 오는 길에 죄다 값비싼 육교를 세워 레드카펫을 깔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징검다리나 흔들다리를 참 좋아한다. 그런 길이 있으면 갈 일 없어도 괜히 그쪽으로 걷게 되고. 그런 매력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걸까. 그리고 내가 말하는 ‘이쪽’은 정확히 뭘까? 기저에는 항상 이런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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