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역사…신간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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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역사…신간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

연합뉴스 2025-02-17 07:0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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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팰로앨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속한 인구 약 7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현대 미국의 성공 신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날씨는 화창하고 첨단 기술과 금융 자본이 몰리는 곳이다. 엄청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직장에 다니는 교육 수준 높은 주민들이 모여 사는 선망의 도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세계인의 생활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꾼 거대 기업 5개가 모두 미국 서부 해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가운데 3개가 팰로앨토 인근에 있다. 팰로앨토는 어떤 의미에서 현대판 엘도라도로 불릴만하다.

팰로앨토의 또 다른 매력은 교육 환경이다. 중위 수준이던 이 지역 주택 가격이 300만달러(약 43억원) 수준으로 치솟은 데는 매력적인 일자리보다 훌륭한 무상교육 시스템을 자랑하는 팰로앨토 통합학군(Palo Alto Unified School District)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팰로앨토를 비롯한 실리콘밸리는 오늘날의 우아한 외양과 달리 약탈과 정복, 학살로 얼룩진 곳이었다. 1850년 무렵 골드러시와 함께 시작된 영역 확장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인디언 학살을 서슴지 않았고 온갖 잔혹행위를 일삼았다.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매경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캘리포니아 출신 작가 말콤 해리스는 신간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매경출판)에서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조명하고 이 지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를 살핀다. 또 세계 경제를 흔드는 기업들의 작동 원리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책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에 정착한 이들은 주 정부나 연방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원주민을 수백명씩 학살했다. 앵글로인들은 노예와 별 다를 바 없는 조건으로 인디언 노동자를 부렸다고 한다. 당시 사법 체계는 백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고 이는 인종 차별과 인디언에 대한 공격을 부추겼다. 예를 들어 1853년 광부 링 싱을 살해한 혐의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지 홀에 대해 상급 법원은 '중국인이 백인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허용하면 민권의 완전한 평등을 향한 문이 열릴 수 있으므로 불허한다'는 기괴한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캘리포니아의 백인들은 다른 백인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한 유색 인종을 살해하는 게 법적으로 허용된 셈이었다.

실리콘밸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은 아마사 릴런드 스탠퍼드(1824∼1893)다. 변호사로 일하다가 선술집, 식료품점 등으로 돈을 모은 그는 정치에 뛰어들어 186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다. 센트럴퍼시픽철도 회장을 비롯해 이 기업의 중역으로 장기간 활동한 스탠퍼드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통과하는 대륙횡단 노선인 센트럴퍼시픽 철도 건설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사 릴런드 스탠퍼드(1824∼1893) 아마사 릴런드 스탠퍼드(1824∼1893)

[Copyright ⓒ 2019 California State Library. 재판매 및 DB 금지]

대륙횡단 철도는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는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다. 마차를 타면 225∼500달러가 들었지만, 열차를 타면 일등석은 112달러면 충분했고, 이민자 좌석은 50달러도 안 됐다고 한다. 하지만 센트럴퍼시픽 철도 건설 과정에서 헐값에 고용된 수백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끔찍하게 죽어 나갔다.

스탠퍼드는 요절한 외아들을 기려 부인과 함께 1885년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 대학교(스탠퍼드대)를 설립한다. 이들은 "우리 아들이 받았으면 했던 교육을 제대로 제공할 대학"을 목표로 스탠퍼드대를 건립했다고 한다. 이 대학은 인재를 육성하고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허브가 돼 실리콘밸리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한다.

아마존 로고 아마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책은 실리콘밸리 거대 기술 기업들의 혁신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경영 방식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아마존의 경우 기술 자동화를 토대로 생산성을 높이고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제공했으며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안겨줬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오너가 투자 수익을 나눠준 결과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이룬 추가 생산 수익이 주주에게 분배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작업자의 일상과 근태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노동자가 혹사당하고 있으며 아마존 물류창고는 8개월마다 전체 인력을 교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직률이 높다고 비판한다.

이정민 옮김. 572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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