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상실감, 부정단계의 심리적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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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상실감, 부정단계의 심리적 메커니즘

나만아는상담소 2025-02-17 06:59:00 신고

이별 후 상실감

이별 후 처음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난 뒤, 우리 마음속에는 새로운 감정의 흐름이 일어납니다.

분명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이게 정말 끝이 아닐지도 몰라”라고 되뇌거나, “조만간 연락이 오겠지” 같은 희망적 사고가 비집고 들어오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 사람이 날 정말로 떠난 건가?” 하는 원망 섞인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과정을 ‘부정(denial)’이라고 부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낯설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상태에 놓이는 것이죠.

이번 칼럼에서는 이별 후 찾아오는 상실감부정 단계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는 자기비난 vs. 타인비난의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1. 이별 후 상실감: ‘내 일부가 사라졌다’는 느낌

1) 상실이 주는 복합적 고통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나면, 단순히 ‘연인을 잃었다’는 차원을 넘어, 마치 내 일부가 통째로 도려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오래된 애착(attachment) 관계가 끊어졌을 때, 그 대상에게 투사되었던 ‘자기 감정의 일부’가 함께 사라져버린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 - 추억과 감정의 공유: 연인은 과거의 추억, 현재의 감정, 미래의 기대까지 함께 공유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식사 메뉴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주말에 갈 여행지를 계획하는 일까지, 삶의 곳곳에서 상호작용했죠. 이 모든 순간들이 단절되면서 허전함, 공허감이 증폭됩니다.
  • - 미래에 대한 상실: 함께 그려왔던 미래 계획 역시 사라집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하면 어딜 신혼여행으로 갈까?” 하는 상상,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근본부터 흔들려 버린다는 거예요.

2) 마음속 ‘빈 자리’가 주는 불안감

이별 후에는 갑자기 생긴 ‘빈 자리’ 때문에 심리적 불안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 - 내가 보살펴주던 대상이 사라짐: 연인에게 늘 챙겨주던 관심과 배려가 가던 방향을 잃어버려, 그 에너지가 흩어지면서 좌절과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 나를 돌봐주던 대상이 사라짐: 반대로 그 사람이 내게 주던 지지와 칭찬, 위로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불안감을 가중시키기도 하죠.

결과적으로 우리는 상실감과 더불어 자존감 하락, 우울감, 그리고 때로는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마음속에 갑자기 생긴 구멍이 너무 커서, 도무지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2. 부정 단계: “아직 끝난 게 아닐 거야”

1) 부정의 여러 얼굴

이별 후 상실감,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는 겉으로 볼 때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 - “곧 연락 올 거야.”: 상대방이 잠시 기분이 상해서 떠났을 뿐,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 경우.
  • - “설마 진짜 헤어진 건 아니지.”: 공식적으로는 이별을 했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연애 중인 것처럼 행동하거나 믿으려 하는 경우.
  • - “조금만 참으면 다시 만날 수 있어.”: 분명히 관계가 파탄이 났음에도, 나의 희생과 인내로 관계가 복구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경우.

이런 부정 단계에 빠지는 이유는, 우리의 심리적 안정감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사건(이별)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잠시라도 그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거예요.

정신분석학 이론을 정립한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이를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설명합니다.

2) “이건 꿈일 거야”: 현실도피와 환상

부정 단계에서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지점은 현실도피입니다.

실제로는 나와 상관없이 상대가 이미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는데도, “SNS에 다른 사람과 찍은 사진이 올라온 건 거짓말일 거야” 같은 식으로 눈을 돌리려 할 수 있어요.

  • - 부정이 길어지면 생기는 문제: 부정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우리는 점점 더 깊은 환상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현실과 괴리가 커지면서, 주위에서 “그 사람 정말 새로운 길을 갔어”라고 말해줘도 듣지 않으려 하죠.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추가적인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3) 때론 필요한 방어기제

그렇다고 해서 부정 단계가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거대한 상실을 ‘단계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경우에도 처음에는 “이게 말이 돼?”라며 믿지 못하는 단계가 생깁니다.

이걸 통해 우리는 서서히 슬픔에 익숙해지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죠.

이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순식간에 100%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 거예요.

어느 정도의 부정은 충격 흡수장치처럼 작동하며, 우리가 고통을 과도하게 받지 않도록 돕습니다.


3. 자기비난 vs. 타인비난: “누구 탓일까?”

이별 후 상실감, 부정 단계에 접어든 뒤, 사람들은 흔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두고 고민하죠.

“내가 잘못해서 이별당한 걸까, 아니면 저 사람이 전부 망쳐놓은 걸까?”라는 식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1) 자기비난의 심리

  • - “내가 매력 없어서 버림받았다”: 가장 흔한 형태의 자기비난입니다. “외모가 못나서, 성격이 별로라서…” 혹은 “다른 사람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라는 식으로, 이별의 모든 책임을 나 자신에게 돌리는 거예요.
  • - 자존감 하락: 이별 자체로도 힘든데, 자기비난이 심해지면 자존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역시 난 안 돼”라는 확신이 생기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더 깊어질 수 있어요.
  • - 학습된 무기력: 심리학에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사건이 반복되면, 사람은 “애초에 난 뭘 해도 안 되는 존재”라고 믿게 되는 것이죠. 이별 경험이 여러 번 쌓이고, 그때마다 자기비난을 반복했다면, 더 쉽게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2) 타인비난의 심리

  • - “모든 건 전부 그(그녀) 탓”: 반대로, 이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상대방에게만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변해서 그렇다” “그 사람은 정말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등등, 관계에서 벌어진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을 타인 쪽에서만 찾으려 하죠.
  • - 분노와 원망: 타인비난이 심화되면, 분노와 원망이 커지면서 부정적 감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내가 이렇게 힘든 건 전적으로 저 사람 잘못이니까!” 하고 생각하면, 분노의 방향이 계속 상대를 향해 있기 때문이죠.
  • - 피해자 콤플렉스: 나를 100% ‘피해자’로 규정하고, 상대를 ‘가해자’로만 놓아두면, 일시적인 마음의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정작 내가 성장하거나 다음 관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상처에 갇힌 채로 반복적인 감정 소모를 하게 되기 쉽거든요.

3) 균형 잡힌 시각 갖기

결국, 이별은 한쪽의 잘못만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요. 두 사람의 ‘관계 역학’ 안에서 발생한 갈등이나 충돌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는 것이죠.

이를 인정하고 나면, 자기비난이나 타인비난의 극단이 아닌, 보다 균형 잡힌 관점으로 이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 - 공동의 책임: “나에게도 이런 점이 부족했지만, 그 사람에게도 이런 부분이 잘못됐던 것 같다.”
  • - 학습과 성장의 기회: “다음 관계에서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교훈을 얻어내기.
  • - 상대방의 사정 인정: “사실 그 사람도 나름대로 힘들어서 그랬을 수 있다”는 이해심도 조금은 필요할 수 있어요.

4. 이별 수용과정에서의 자기 보호: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

이별 후 상실감, 부정 단계, 자기비난과 타인비난 사이에서 휩쓸리는 동안 우리 마음은 점점 지쳐갑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이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느냐 하는 거예요.

1) 사실을 직시하는 연습

아무리 부정이 자연스럽다고 해도, 영원히 그 상태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그래, 우리는 정말 헤어졌어”라고 인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 - 감정 일기 쓰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면, ‘정말 끝난 게 맞구나’ 하고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우리 정말 끝났어”라고 입 밖으로 꺼내 보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 이별 사실을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 되기도 합니다.

2) 내 감정 지표 확인하기

감정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기에는, 정작 내가 어떤 기분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아침에는 우울하다가, 오후에는 분노가 치밀고, 밤에는 다시 그 사람이 그리워 눈물을 펑펑 쏟으니까요.

  • - 감정 스펙트럼 적어보기: 우울, 그리움, 분노, 허무 등 주요 감정을 항목별로 나누어 하루에 몇 번이나 느꼈는지 적어 보세요. 어떤 감정이 가장 자주, 강하게 올라오는지를 파악하면, 그 감정에 맞는 대처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3) 외부 도움 적극 활용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자원을 통해 자신을 돌볼 수 있습니다. 부정이나 자기비난, 타인비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때때로 내가 혼자 찾기엔 너무 복잡하고 힘겹거든요.

  • - 전문가 상담: 부정이 강해 현실 검증이 어려워진 경우, 전문가와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됩니다.
  • - 지지 그룹: 이별 경험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나 모임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를 깨닫고, 현실 인식을 공유할 수 있어요.

5. 상실감과 부정 단계를 슬기롭게 건너기 위한 팁

  1. - 일시적 ‘희망적 사고’ 존중하기: 부정 단계가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식하되,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스스로 점검해봐야 합니다.
  2. - 자기비난-타인비난의 균형 잡기: “혹시 내가 전부 잘못했다고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혹은 “전부 저 사람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극단에 치우치지는 않는지 살펴보세요. 어느 한쪽 극단에 있으면 오히려 회복이 더뎌집니다.
  3. - 정서적 지지 시스템 마련: 친구, 가족, 동료 등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별처럼 큰 상실감을 다룰 때는 혼자 버티기보다는 주변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유리해요.
  4. - 현실 검증 연습: 상대방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주변 소문 등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그 관계가 정말 끝났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괴롭지만, 현실 검증은 부정 상태에서 나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6. 이별을 ‘조금씩’ 인정한다는 것

상실감과 부정 단계는 이별 후회복 과정의 일부이며, 결코 ‘내가 이상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만큼 함께했던 시간이 컸다면, 그 관계가 끊어졌을 때 찾아오는 정신적 충격은 어찌 보면 당연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단계를 영원히 회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랑했던 그 사람을 잃었다는 걸 조금씩 인정하고, 인정한 만큼 슬퍼하고, 분노하고, 때론 그리워하는 과정을 거쳐야 완전한 치유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해집니다.


부정 단계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제야 “내가 이 관계에 정말 많은 걸 쏟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 사람한테 3년, 5년씩 투자했는데… 결국 뭐가 남았지?” 하는 허무함, 마치 ‘헛된 투자’를 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죠. 다음 칼럼에서는 바로 이 ‘사랑의 투자’가 주는 후유증을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 - 왜 우리는 관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이렇게까지 아까워할까?
  • - 함께했던 추억이 왜 때로는 고통의 근원이 되기도 할까?
  • - 상실 후 무기력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별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린 기분이 드는 분,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에 빠진 분들이라면, 다음 칼럼도 꼭 확인해보세요.

분명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갈 실마리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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