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슬픈 책은 그만 써...추천합니다” 출판 시장 ‘급류’ 바꾼 10·2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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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슬픈 책은 그만 써...추천합니다” 출판 시장 ‘급류’ 바꾼 10·20세대

독서신문 2025-02-13 06:00:00 신고

“제발 그만 해. 제발 이런 슬픈 책은 그만 써. (...) 어쨌든 추천합니다”

지난해 9월, 한 북스타그래머가 SNS에 책을 펼쳐 들고 우는 영상을 게재했다. 책을 읽고 느낀 ‘리액션’을 짧은 영상에 그대로 담았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이 영상의 조회 수는 현재 227만 대. 영상에는 수많은 이들의 댓글 달렸다. 최근 교보문고 및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서 역주행을 이어가는 정대건 작가의 『급류』가 바로 이들을 울린 책이다.

 '급류' 후기 영상. [사진=북스타그래머이자 유튜버인 '쩜' 릴스 캡처]
 '급류' 후기 영상. [사진=북스타그래머 쩜 릴스 캡처]

흥미로운 점은, 책의 유의미한 구매자가 10·20세대라는 점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이 책의 구매자는 ‘10대 이하와 20대’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가장 많이 책을 구매한 건 20대로, 그 다음이 40대와 30대, 10대 이하였다. 책을 구매한 12.0%가 10대였는데, 30대인 15.2% 보다 적었지만 이 수치에는 돋보기를 대 볼 필요가 있다. 10대 이하의 지난해 전체 소설/시/희곡 분야 구매 비율은 1.8%였다. 그러니 ‘급류’는 무려 7배 가까이 10대들이 많이 읽은 셈이다. (*예스 24기준, 이하 동일) 30대는 오히려 같은 분야 도서 구매 비율 평균이 16.5%였다는 점에서, 그 보다는 ‘적게’ 구입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바이럴된 영상 하나에 책이 이렇게 흥한 걸까? 강력한 화력을 보탠 건 맞지만 중요한 건 그에 앞서 이미 역주행의 물살이 스멀스멀 일고 있었다는 점이다. (해당 영상도 이미 언급하고 있다) 2022년 12월 출간된 『급류』가 처음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에 유의미한 지표로 올라선 건 2024년 7월. 처음 100위권에 진입, 94위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SNS 영상이 바이럴을 탄 주 동일 차트 순위는 6위로 올라섰다(*2024년 9월 23일~29일). 전주 대비 31위 상승한 순위였다. 먼저 책에 대한 반응이 있었기에 북스타그래머의 픽을 받을 수 있었고, 훨씬 더 시간이 흐른 지금은 무려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20위 권에 진입하며 대표적인 ‘역주행 소설’이 됐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기준 순위는 13위로, 전월 대비 18.9%, 전년 동기 대비 16배(1514.0%) 증가한 수치였다.

10대가 20대와 함께 입소문을 내고 역주행까지 견인한 건 유의미한 현상이다. ‘젊은 세대의 텍스트 힙’이라고 모호하게 얘기되는 현상을 제대로 증명한 사례이기도 하다. 또 다른 ‘증명’의 사례도 있다. 출판계의 역주행 미스터리로 손꼽히는 최진영의 2015년 출간작 『구의 증명』이 그 예다. 출간 직후 문학 팬들에게는 사랑받았지만 대중적으로 부각되지 않던 이 책은, 조용히 입소문을 타다 2022년 역주행의 궤도에 올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구의 증명』은 지난해 한강 작가를 제외하고 ‘10대 이하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책’이다. 두 책 모두 10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 또 그로테스크하리만치 처절한 사랑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10대들의 이야기, 또 ‘처절한 사랑과 감정’을 담아야만 흥한다는 것일까. 일반화하기보다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상 언제나 사랑받아왔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최진영 작가 역시 한 강연에서 해당 책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것에 대해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 책들은 대부분 슬픈 사랑이 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처절한 감정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젊은 세대가 SNS를 통해 책에 대한 감정을 나누기 좋은 소재라는 점도 한몫한다.

하지만 소재는 일반화할 수 없는 사후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10대의 이야기도, 사랑 얘기만도 아니지만 젊은 세대가 ‘역주행’의 흐름을 만든 예가 있다. 바로 한국의 대문호 양귀자의 『모순』이다. 1998년 출간되며 많이 읽혔던 이 책은 누군가로부터 통속 소설로 폄훼된 바도 있었지만, 페미니즘의 물살과 함께 2010년대부터 재조명되다 2020년대 대표적인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됐다. 2030 독자가 앞에서 그 흐름을 앞에서 이끌었다면, 추후 10대 독자들이 제대로 ‘밀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해 『모순』의 10대 판매량은 500% 가까이 증가했다. 해당 책은 ‘편집자 K’를 비롯해 주요 책 유튜브 채널에서 추천됐다는 점도 영향이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1020세대들이 지금 출판계의 주요 주체로 나서고 있고, 적극적으로 영향 받으며, 때로는 스스로 유행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텍스트 힙이 누군가의 말처럼 ‘독서 허세’라는 말은 완전한 오류다. 그보다는 다매체 시대에 이제는 책을 매개로 교감하며, 감정과 지식을 확장하는 문화적 놀이이자 운동에 가깝지 않나. 잠들어있던 책들을 깨우고 ‘역류’ 시키며 세상을 바꿔가는.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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