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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데일리가 SNS 등 검색창에 자해를 입력했을 때 ‘자해계’(자해계정)나 ‘자해전시’라는 해시 태그와 함께 다친 부위를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이 연이어 검색됐다. 작성자들은 게시물에 ‘친구가 필요하다’라거나 ‘사랑을 받고 싶다’며 우울과 외로움을 호소했다. 이 중에는 스스로 미성년자임을 밝힌 사람도 있었다.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 역시 다수 발견됐다. 이 게시물들을 본 이용자들은 ‘전시를 보니까 또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느냐’, ‘(자해전시를 포함한) 비공개 계정을 모집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처럼 자해 이미지나 동영상은 시청자로 하여금 모방이나 극단적 선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자해 사진이나 동영상은 자살 유해 정보로 인정된다. 이를 게시할 경우 징역형 등 처벌받을 수 있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자살 유발·유해 정보는 줄지 않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만 2588건이던 자살유발정보 신고는 2023년 30만 2844건으로 9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신고는 상반기에만 16만 8774건이 발생했는데, 하루 평균 925건씩 접수된 셈이다. 중복신고를 고려해도 접근성이 낮은 홈페이지와 SNS가 있어서 실제 정보량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 유발·유해 정보가 퍼지는 동안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1020세대도 늘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지난해 1월 발간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서 10대와 20대의 자해·자살 시도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10대가 자해·자살을 시도한 사례는 2018년 인구 10만명당 95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 사이 68.9%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20대는 127.6건에서 190.8건으로 49.5%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자해·자살 시도자 증가율인 11.8%를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달 31일에도 서울 구로구의 한 빌딩에선 10대와 20대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다”며 “숨진 두 사람은 인터넷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적절한 콘텐츠를 막을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 유발·유해정보의 모니터링과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모니터링 자원봉사자들의 신고를 취합·관리하는 전담인력은 6년째 1명이다. 같은 기간 동안 신고가 9배 증가한 반면, 관련 예산은 2019년 2000만원에서 이듬해 1000만원 증액된 3000만원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자살 유발·유해정보 차단을 위한 추가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자해와 극단적 선택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현수 명지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미 많은 논문에서 자살 유발 정보에 실제만큼 트라우마나 학습효과가 있다고 언급됐다”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SNS 기업이 자해나 자살 관련 알고리즘을 막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해 전시라는 말에 외부 소통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반영돼 있다”며 “플랫폼에서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걸러내야 하고, 민관이 협력해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상담 등 사회 지원에 잘 접근할 수 있게 안내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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