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이글은 이전 이야기에 이어, 우에다 쇼지 개인전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에서 나눈 감상을 적는 글이다.
관람 후 카페에 앉아 감상을 나누던 와중 “일본인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 약간 답답한 감각도 있고,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야”라고 여자친구가 말했다.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런 감각을 느꼈던 터라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었다. 그래도… 일본인이라서 보단, 연출된 사진이 익숙한 지금 우리의 눈엔 특별할 것 없는, 이젠 일반화된 요소들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냐, “아무래도 일본인이라서가 맞는 것 같아” 앞선 생각을 덮으며 말했다.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이 분명 내 감상에 있었다.
우리나라에 ‘한의 문화’가 있다면 일본에는 ‘와 문화’가 있다. ‘와 문화’는 조화, 평화를 의미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일본 고유의 문화이다. 우리가 한편으로 부러워하는 특유의 ‘장인정신’도 이 정신에서 기인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행실과 팀워크 등의 공동체의식 역시 ‘와’에서 시작한다.
와의 순리는 세상에 정해진 각자의 위치가 있음을 인지하고 순응하는 것이 미덕이자 진리라 정의하며 ‘조화’를 위해 개인의 성취보단 집단의 안정을 추구하는 사상적 이면이 존재한다. 정해진 위치, 신분에 맞춘 의복, 계급과 성별에 알맞은 행실 등 조화를 이루는 규칙을 어기면 사무라이들의 칼에 즉결심판을 당할 수 있는 ‘칼의 문화’가 배경이 되었다.
이젠 칼을 걱정할 일은 없지만 현대 일본의 와 문화는 시대에 맞춰 자리하고 있다. 위기에 맞서 필사의 결의를 다지는 군중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사명을 다하는 것이니 싸움은 전투원에게 맡겨라”하고 외치는 주인공의 클리셰, 현명한 내면을 지닌 앞치마가 잘어울리는 어머니와 허점이 많고 묵묵한데 허점이 많아 동정 가는 아버지의 모습 등 클래식하지만 콘텐츠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와 문화’의 장면들이다.
우에다 쇼지의 사진들에서도 그런 ‘와 문화’적인 장면들이 엿보였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절제된 연출을 보여주면서도 ‘순수한 아이와 청순한 소녀’, ‘짙은 립스틱의 여성과 시니컬한 슈트에 중절모를 쓴 남성’ 같은 획일화 된 이미지, 수직수평을 활용해 원근법을 상쇄시키는 구도와 구성 등에서 그런 문화적 이질감이 느껴졌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에겐 이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당연한 장면이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기법이나 비주얼은 당시 시대 관념상 자연스러운 것이었음에도 그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이질감이 있는 듯했다. 선입견에 의해서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보며 왠지 모를 애환과 동정을 느꼈다.
제한 속에서 발악하는 듯이, 하늘로 뛰는 그의 모습이 왜인지 청량하고 유쾌하기만 하지 않은… 오묘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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