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페라 브랜드 마케터 김하연에게 묻는 틴트 롱런의 이유
K-뷰티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메이크업. 그 구심점에 서 있는 페리페라 브랜드 마케터 김하연. 그녀가 관조한 K-메이크업의 성장과 정체성은?
언제부터 페리페라에서 근무했나? 페리페라가 첫 회사다.(웃음) 중간에 잠시 다른 브랜드로 옮기긴했으나 다시 페리페라로 왔다. 2010년대 ‘황정음 틴트’로 불리던 페리스틴트도 내가 개발했으니, 꽤 오래됐다.(웃음)
학창 시절 그 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웃음)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고 들었다. 치열한 뷰티 신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계속해서 당대의 10대, 20대 초반 소비자가 좋아하거나 즐길 수 있는 것을 제품에 담고자 노력하기 때문 아닐까. 제품을 개발할 때 항상 요즘 유행하는 요소를 반영하려고 한다. 또한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24년 같은 경우에는 K-코드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약과를 모티브로 한 ‘약과몰입’ 라인이나 꿀떡을 테마로 한 ‘떡이당컬렉션’처럼 말이다. 그래서 제품명을 지을 때도 직접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제품명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모브병유발’ ‘쿨레벌떡’ 등 예상치도 못한 네이밍이 늘 화제다. 잘 알고 있다.(웃음) 사실 제품명을 정할 때 나를 포함한 윗선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각 파트 담당자가 생각하는 재밌는 트렌드를 응용해서 제안한다.
개인적으로 페리페라의 스테디셀러인 잉크 더 벨벳 틴트의 호수 명이 내 취향을 저격할 때가 많았다.(웃음) 잉크 더 벨벳 틴트가 처음 나왔을 때는 국내에 벨벳 질감의 립이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랬을 거다. 2010년대 초반에 학생 틴트라고 하면 착색이 오래가는 물틴트가 정석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크리미한 질감 틴트를 출시했다. 근데 우연히 그 시기에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립마에스트로가 떠올랐는데, 해당 제품의 ‘저렴이’ 버전으로 바이럴되며 시너지가 올라갔다.
예전에는 해외 브랜드의 ‘저렴이’로 국내 제품이 언급됐다면, 이젠 그런 비교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내부적으로도 크게 체감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인의 스킨케어 루틴이나 셀럽 메이크업 룩이 선망의 대상이 되다 보니 이젠 역으로 한국 제품의 특성을 갖추려고 하는 해외 제품이 늘어났다. 예를 들어 착색되는 틴트도 최근에야 미국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제조사를 통해 들어보니 해외에서는 착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는데, 점차 바뀌고 있다더라.
현재 국내 뷰티 트렌드를 담은 신제품을 소개해준다면? Y2K처럼 옛 감성을 요즘의 감도에 맞춰 보여주는 걸 소비자들이 힙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슬립온마이립’ 같은 경우, 예전에 많이 썼던 립크레용을 현대 버전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뷰티 업계 전반적으로 치크와 하이라이터 매출이 오르는 추세다. 특히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빔 하이라이터를 소비자가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핑크, 블루 등 컬러감이 뛰어난 ‘하트 포켓빔’ 하이라이터를 출시했다.
국내 소비자와 국외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에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우선 립 제품이 국내외 가리지 않는 베스트셀러인데, 과거 서양이나 동남아시아 쪽에서 주로 누디하거나 쨍한 컬러감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그런 기조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제 국내 제품을 찾는 해외 고객은 대부분 K-메이크업을 선망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 덕분에 제품 개발을 하기에는 좀 쉬워졌다.(웃음) 해외 소비자가 역으로 한국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고 찾아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NS의 발달로 국내, 국외 제품을 나누는 의미가 없어졌다.
더 자세하게 말해준다면? 약 2년 전,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발색이 확실하고 무거운 느낌의 립글로스를 출시한 적이 있다. 근데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한국 소비자가 도리어 직구를 해서 구매하더라.(웃음) 그래서 색을 더 보강해 한국에서도 판매하다가 일본으로까지 확장하게 됐다. 사실 페리페라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브랜드 중 해외에서 먼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서 역으로 한국에 홍보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게 일종의 큰 흐름의 뷰티 트렌드일 수 있겠다. 맞다. 뷰티 업계 차원에서 보자면, 해외의 메이크업 트렌드를 한국적으로 녹여 표현하거나 해외의 제품을 한국의 특색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각자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찾는 흐름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한 컬러를 모두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퍼스널 컬러 등과 같은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가 확실해졌다. 그래서 페리페라도 어떤 취향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해서 방향성을 잡아갈 것인가에 주목한다. 하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건 늘 소비자가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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