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황금기를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자 한 예술가를 향한 헌정이다.
스페인 영화계에서 40여 년 동안 왕성히 활동해온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와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또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아 보게 된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쿠바 재즈와 사랑 이야기가 조화로운 전작 〈치코와 리타〉를 상상하며 나른한 재즈 리듬을 내내 듣고자 했던 예측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빗나갔다. 이번 신작에서 페르난도 트루에바는 마치 탐사보도 기자가 된 듯 한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1960년대 보사노바의 황금기 활동한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어’의 실종사건. 감독은 팩션의 형식을 빌려, 주인공으로 뉴욕의 한 음악 저널리스트 제프 해리스를 등장시킨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로 날아가 테노리오 주니어의 가족, 친구, 동료 수십여 명의 인터뷰와 증언을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엮어내며 잊혀진 사건을 추적한다. 그 인터뷰 속에는 1950년대 삼바와 재즈를 결합한 웨스트 코스 재즈의 대가 버드 섕크부터, 카에타노 벨로주, 미우통 나시멘투 같은 보사노바 대표 아티스트들, 그리고 무엇보다 브라질 보사노바의 바이블 같은 곡 ‘슬픔이여 안녕(Chega de Saudade)’을 부른 주앙 지우베르투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선명한 색채로 재현한 장면들은 감독이 왜 필연적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하게 만든다. 나아가 사건의 이면에 남미 전역 도처에서 군사독재정권으로 인해 예술가와 망명가들을 향한 탄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영화는 한 시대의 참혹한 현실을 비춘다. 무엇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영화의 매력은 드문드문 흘러나올 때마다 순식간에 빠져드는 테노리오의 유연하고 아름다운 연주. 영화를 보기 전이든, 보고 나서든 그가 남긴 단 한 장의 앨범 〈Nebulosa〉를 꼭 함께 들어보길.
※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2025년 1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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