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이보다 못한 N㎡의 방, ‘죄 없는 이’ 누울 곳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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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보다 못한 N㎡의 방, ‘죄 없는 이’ 누울 곳은 어디 있나

독서신문 2025-01-23 06:00:00 신고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가 구속됐다. 법원 테러를 비롯해 연일 ‘자극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기자의 눈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은 한 장면은 의외로 이것이었다. 바로, 그가 구속 직전 머무르다 떠난 ‘구인 피의자 대기실’이었다.

"윤 대통령, '3평짜리' 대기실 구금...초유의 '구금 경호'" [사진=YTN 뉴스특보 캡처]

혼자 사용하기에 폭이 넉넉한 화장실. 두 발을 뻗을 수 있는 매트리스와 TV, 그리고 난방이 제공된다. 무엇보다, 널찍한 창 사이로 눈부시게 들이치는 햇살…. 그게 뭐 어쨌냐고? 세상의 많은 고시원과 반지하 생활자들은 감히 꿈꿔보고 요구해본 적 없는 순간이 하필 화면엔 잡혀 있었다. 고시원 유랑자들에게 ‘창문과 햇살의 유무’, ‘화장실의 독립성과 크기’란 ‘고급 옵션’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10만 원의 월세 차이가 난다. 만약 이 ‘대기실’의 창살을 지운 사진을 ‘고시원 앱’에 현물로 올린다면 얼마일까. 적은 돈으로 방을 구하던 이들이 가격을 보고 놀라 ‘뒤로 가기’를 누르진 않았을까.

말하자면, 세상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권력자의 ‘씁쓸한 몰락’의 방은 고시원의 삶을 들춰보는 렌즈가 되어준 셈이다. 나라를 들썩이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고시원을 비롯한 ‘다중생활시설 생활자’들은 대체로 이보다 열악한 환경에 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면적은 14㎡다. 하지만 서울시 고시원 평균 주거면적은 그 반절 정도인 7.2㎡(*2021년 한국도시연구소 기록 기준). 그가 거쳐 간 3평방(10㎡ 정도)은 평균보다 넓고, 창문도 널찍하다. 그 ‘추락의 방’조차 (물리적 의미에서)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우리 옆에는 취약한 환경이 많다는 것을 기득권자들은 알고 있을까?

어떤 고시원은 옷장 아래에 침대를 놓아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구조다. 해당 고시원 이용자는 그래서 '정강이에 상처가 많다'고 했다. 자는 동안 부딪히기 때문이다. [사진=EBS '다큐 시선 - 나의 집은 고시원'(2019.02.14) 캡처]

고시원, ‘N평’ 삶으로 ‘축소’되는 청년의 삶

저는 꼭 나갈 거예요. 꼭 나갈 거예요. 왜냐면은 이제 좁은 공간에서 살다보면은 내 자신이 커질, 성장할 수 없을, 없을 것 같다는 그런 위협감? 이런 걸 느끼더라구요._ 상태(가명), 28세, 취업준비생
– 책 ‘자기만의 방’ 중에서

2011년 출간된 ‘자기만의 방’은 이처럼 햇살 한줌도 ‘옵션가’가 붙는 고시원의 청년 10명을 인터뷰해 한국 사회의 거주공간과 개인사를 포개놓은 책이다. 10년도 더 전의 책이지만 상황은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진 않았다. 1997년 IMF 이후, 고시원은 ‘고시인’의 것만이 아닌 경제적으로 취약한 1인 가구를 다수 흡수했고, 2010년대 들어 청년(대학생, 노동자 등)들이 그 자리로 가게 된 배경이 펼쳐진다.
 

인터뷰이들에게 고시원의 의미는 다 다르다. 누군가는 ‘독립’을 위한 잠시 동안의 장소로 긍정한다. 하지만 대체로 0.5평~2평을 오가는 비좁은 방에 삶을 끼워 맞추는 건 동일하다. 사람이 숨길 수 없는 것이 ‘기침’, 그리고 ‘사랑’이라고 했던가. 이들은 좁은 공간에 맞춰 옷과 책만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내는 ‘소음’과 ‘관계’마저 삶에서 제거해나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이곳을 벗어나야 하지만, 그러지 못할까봐.

반지하가 월 40만 원인 세상은 누가 만들었나

꼭 고시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옥탑방과 반지하, 비닐하우스 등도 대표적인 주거 빈곤 영역이다. 분명 4층짜리 건물인데, ‘502층’이라는 희한한 장소를 찾아가며 시작되는 책 ‘청년, 난민이 되다’는, 이처럼 주거 빈곤의 공간을 청년이 전전하는 문제를 고민하며, 전세계 청년의 집과 정책을 돌아본다.

앞서 말한 502층의 정체는 ‘옥탑방’이다. “원래 건물에 딸린 옥탑방이 501호”였고, 주인은 “벽을 덧대 방 하나를 더 만들어” 세를 놨다. 요약하면, 불법 중측이다. 게다가 화장실 문은 “두 개”인 “해괴”한 곳. 이는 하나의 화장실을 나눠 쓰게 하려는 의도다. 저자는 질문한다. 이런 기이한 장소의 “복제본”들이 서울의 도시에는 얼마나 많은지.

반지하방이면서 매달 따박따박 40만 원을 받는 그런 곳은 누각 생각해냈는지, 누가 복제했는지, 어떤 상황이 이런 방을 만들었는지, 근거리에서만 이유를 찾으면 하숙집과 주인과의 싸움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청년, 난민이 되다’ 중에서

반지하부터 옥탑방까지, 주거 빈곤은 어디서 왔나

한 청년이 고시원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KBS2 '시사기획 창 - 청년의 집은 어디입니까?'(2015.12.01) 유튜브 영상 캡처]

책은 문제의 원인을 집주인에게 찾지 않는다. 서울에 노동 인프라가 초집중된 상황과, 한국의 유구한 부동산 열풍을 짚는다. 때문에 고시원, 반지하, 기이한 옥탑방은 도시생활자에게 ‘애증’의 자리가 된 것.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이 청년을 보호할 장치, 또 비인간적인 환경을 규제할 장치가 한국사회에는 있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잘 알려져 있다. 행복주택을 비롯한 사회적 지원책은 또 다시 청년들을 ‘가난 줄 세우기’ 시켰지, ‘인간답게 살아야 할 공간’을 화두로 만들지는 못했다. 2022년,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를 개정해 방은 7㎡ 이상, 창문은 꼭 설치하게 했다. 하지만 신축과 증축에 해당되고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그에 따라 임대료가 상승하는 건 새로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다. 주거 빈곤 시설은 사실 빈곤한 ‘중노년층’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는 것. 노인이 된 뒤에 다중생활시설로 가게 된 경우, 또 청년 시절부터 벗어나지 못한 경우 등 다양하다. 주거문제는 이토록 전사회적이다.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다시, 최고 권력자의 '방'을 들여다보자. 지난 19일 그는 피의자 대기실을 나와 일반 수용동 독방에 수감됐다. 언론에 따르면, 이 방은 3.6~7평 정도다(일반 수용자 5~6명방 개조). 나는 누군가가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가야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특별한 죄를 짓지 않는 이들이 왜 그보다 비인간적인 환경에 당연한듯 놓여야 하는 것인지,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다운 생활의 공간’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지금,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나. 창문이 있는가?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느껴지는가? 양 팔을 뻗었을 때 손에 벽이 닿지 않는가? 옆집 사람의 늦은 귀가 시간의 커다란 발걸음 소리가 때론 '알람'이 되어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는가? 이런 질문이 이상할 정도로 당연하게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다같이 ‘인간다운’ 주거 조건을 생각할 때다. 더 이상 ‘고시원’이 계급상승의 준비 공간이 아닌 취약 계층의 몇 없는 동아줄이 된 세상에서. 아홉 번의 고시를 봤지만, 지금 고시원에 사는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을 이가 구속된 이 사회에서. 어쩌면, 지금이 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니.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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