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보라 칼럼니스트] 낭만을 노래하는 뮤지컬 '시라노'가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9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인 에르퀼 사비니엥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희곡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를 각색한 작품이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작가이자 군인인 시라노와 록산, 크리스티앙의 세 사람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에서 타이밍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작품 속 시라노는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닌 훌륭한 군인이자 화려한 언변을 지닌 당대 최고의 유명인이며,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를 참지 않고 시대와 관습을 능수능란하게 풍자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통쾌하게 만든다. 다만 그런 그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으니, 쭈욱 솟아오른 큰 코는 사랑 앞에서 시라노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오랜 짝사랑으로 끝에 시라노는 용기를 내어 록산에게 고백하려 한다. 그리고 말을 꺼내기 직전 하늘이 무너지는 록산의 고백을 듣는다. 록산이 크리스티앙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시라노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숨기고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잘생긴 얼굴과는 달리 말재주도 글재주도 없는 크리스티앙은 록산의 앞에서 자꾸만 본심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하게 되고 이를 보다 못한 시라노가 그의 입과 손이 되어 사랑을 대신 말한다.
사랑의 타이밍을 한참 놓친 시라노는 진정으로 록산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많은 것을 건네고 희생한다. 일련의 이유로 최전방 전쟁터에 있는 순간까지 죽음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앙이 되어 록산을 향한 러브레터를 보내기도 하니 말이다. 결국 헌신적인 그의 사랑은 아주 뒤늦게야 록산에게 전해지며 막이 내린다.
작품은 통속적일 수도 있는 사랑을 넘어 각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하며 재미와 감동을 덧붙였다. 1막이 시라노의 호쾌한 영웅적인 모습과 시라노의 풋풋한 사랑을 노래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면, 2막에서는 시라노의 헌신적인 사랑과 록산을 향한 세레나데가 마음을 흔든다. 특히 이번 시즌은 5년이라는 다소 긴 공백기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창작진들은 이번 시즌 대본, 음악, 무대 등을 수정하며 시라노는 물론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캐릭터와 관계를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오프닝 넘버인 '연극을 시작해'를 비롯해 사랑 고백에 실패한 크리스티앙의 솔로곡 '말을 할 수 있다면' 등 세 곡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크리스티앙의 캐릭터와 서사를 부각하고, 록산의 주체적인 성향을 더 강조했다. 덕분에 이들과 합을 맞추는 시라노의 캐릭터성도 훨씬 설득력을 얻었다. 세 번재 시즌을 맞이해 새롭게 제작한 무대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예술과 문학이 꽃피우던 17세기 프랑스의 고전미를 살리면서 낭만적인 분위기의 요소를 강조했다. 오래된 책을 형상화한 네모난 프레임 안에 다채로운 영상이 펼쳐지며 장소를 구현했고, 회전무대를 활용해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했다.
강렬한 자극을 내세우는 최근의 트렌드와 달리 '시라노'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노래한다. 물론 록산이 전쟁터에 직접 찾아온다는 설정 등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그 사이에 웃고, 울고,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이야기는 마음 한 구석을 부드럽게 만든다.
앞서 컨디션 난조로 공연을 중단했던 시라노 역의 최재림은 완벽히 회복된 건강 상태로 무대에 복귀했다. 안정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시라노의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작품에는 조형균, 최재림, 고은성, 나하나, 김수연, 이지수, 임준혁, 차윤해 등이 출연한다. 오는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스컬처 박보라 newsculture@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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