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아주 먼 옛날엔 수렵과 채집활동을 통해 식량을 구해왔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100년 전쯤 최근?)까지도 사냥을 통해 먹을 것을 구해오는 생활을 해오기도 했다. 사냥을 한다는 것은 현대와 같이 취미로 하는 일이 아니라 정말 그날의 식량을 걸고 하는 일이어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사냥에 성공하면 그 기쁨 또한 무엇에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컸겠지? 아마 요즘의 ‘숏폼’ 도파민에 견주어도 지지 않았을 테다.
나에게는 작품 활동이 그와 닮아있는데,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해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특히나 많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에서 성공한 사냥과 같은 기쁨을 맛본다. 다만 사냥과 다른 점이라면, 성취하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구상-작업-전시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도 즐겁다만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지루하고 지치는 때가 오기 마련인데, 그 지치는 상황은 가끔 나를 우울에 빠뜨리기도 하고, 이미 만들어진 다른 멋진 작품들과의 비교로 인해 좌절감을 맛보게도 한다. 하지만 또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는 성취감으로 인한 도파민에 겨우 취한다.
근래 들어 이런 긴 성취감의 과정속 우울이나 지루함을 완화시켜줄만한 짧은 성취감용 사냥활동이 하나 생겼는데, 바로 인형 뽑기다.
몇 년 전 한참 유행이었다가 인기가 사그라든 인형 뽑기는 요즘 들어 ‘카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막강한 유혹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500원씩 카드로 긁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나는 이미 10,000원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뭐에 홀린 사람처럼 또다시 기계에 카드를 꽂고 있다. 고개를 돌려보면 같이 온 친구도 정신없이 인형들 사이로 집게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그러면 나는 다시 안심하고 다시 한번 정신을 놓은 뒤 카드를 꽂는다. 계속해서 출금 알림이 울리는 주머니 속 핸드폰을 애써 무시하며 새삼 내가 나이가 들어 내 전용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부모님은 내가 이러고 다닌다는 걸 모르겠지?’라는 크나큰 안심과 ‘이 돈이면 다 모아서 대형 캔버스도 하나 사겠다’라는 바보 같은 죄책감을 갖는다.
요즘 인형들은 과거 못생긴 인형들과는 다르게 유행에 민감한 귀여운 인형들이 굉장히 많다. 물론 그것들이 예쁜 쓰레기라는 것도,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그것들을 지나치지 못하겠다. 흠... 분명히 뽑고 나면 그냥 보관만 해놓는데 말이지. (작업실에 인형 뽑기 기계를 하나 사서 그 안에다 여태 뽑은 인형을 다 채워놓을까도 생각해 봤었다.) 특히나 술집 거리에 있는 인형 뽑기 장은 내 혼을 쏙 빼놓도록 유혹하곤 해서 나는 그곳에 들어갔다가 종종 지갑도 잃어버리고 카드도 잃어버리곤 한다. (정신을 못 차리는 거지!)
내가 원하는 인형을 향해 집게를 발사한다. 제대로 집지 못했다? 괜찮아. 너무 쉬우면 오히려 재미없는걸. 500원이니까 한 번 더. 거의 다 왔다. 거의 다… 500원만 더...
집게가 인형을 아슬아슬하게 출구통에 걸쳐놓으면 탄식을 금치 못하다가. 인형이 출구통에 떨어지는 순간엔 도파민 ‘대환장파티’다.
그렇게 정신없이 인형을 뽑아서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기분 좋게 잠든다. 그리고 그 좋은 기분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잔잔히 남아있다.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일상이 가끔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면 이런 자잘한 성취감도 꽤나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의 우울감이나 지루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더랬다. 음… 누가 들으면 그냥 인형 뽑기 중독자의 변명 같지만 말이지.
무언가 짧은 시간과 적당한 돈으로 (만 원에 두 개쯤 뽑으려나? 운이 좋으면 한두 번 만에 뽑히는 경우도 있다!) 성취감과 도파민을 가져보고 싶은 사람들은 인형 뽑기방이 유행이 지나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 가보시길. 잠깐. 이거 너무 사행성 행위 유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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