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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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문화매거진 2024-12-31 19:26:43 신고

▲ 직접 촬영한 응원봉 / 사진: 구씨 제공
▲ 직접 촬영한 응원봉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여름 내리 더웠던 작업실은 겨울이 되니 추워졌다. 1990년대 지어진 작업실 건물은 외부의 온도를 머금고 내부로 전달해 준다. 마치 여름의 열기로 가장 따뜻한 9월의 바다처럼. 11월까지도 춥다고 느껴지지 않아 ‘이 건물에 해가 참 잘 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지 않은 채로 작업실에 앉아 이것저것 하게 된다. 그렇게 춥지는 않지만 손은 참 시리다. 지금도 키보드 위에 있는 손가락들은 차갑다. 

추워진 작업실을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작업실의 구조를 바꿔보았다. 각자 갖고 있던 책상을 ‘ㄷ’ 자로 놓아 가운데에 온풍기를 두고 모여 있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위치 조정은 온풍기의 사용의 어려움에서 비롯되었다. 작업실에는 콘센트가 총 2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멀티탭으로 끌어다 쓰기에 온풍기 여러 개를 돌리는 것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최근 과부하로 멀티탭 1구가 타는 사태가 발생했다.) 깨끗한 책상 세 개를 모아 만든 자리는 꽤 그럴듯해 보인다. 조금은 디자이너의 작업실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우리는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영상을 보고 간식을 먹었다. 바빴던 11월에 하지 못한 작업실의 일상을 즐겨보았다. 우리는 내년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12월의 일상을 즐기고 나서 작업실에서 여느 때와 같이 10시쯤 나섰다. 어두운 밤길을 깔깔거리며 걷다 보면 고등학생 때의 어느 날로 초등학생 때의 어느 날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타임머신이라는 게 벌건가. 이런 것도 타임루프가 아닐까. 그렇게 30분을 걸어 자연스럽게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멈춰 버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12월 3일 11시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추운 겨울밤 외투에서 버스 시간표를 볼 겸 꺼낸 핸드폰으로 잠깐 본 뉴스로 우리는 ‘계엄령?’ ‘전쟁 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며, 각각의 가족 톡에 올라온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보았다. 무서웠지만 애써 웃어 보았다. 내일도 보자는 말을 남기고 버스로 올라탔다. 버스에서 생각했다. 

‘내일 나는 이곳에 못 올지도 모르겠구나.’ ‘내일 저 사람이랑 같이 똑같은 산책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구나.’ ‘오늘이 천국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여러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고 집에는 뉴스가 틀어져 있었다. 3시간 뒤 여러 사람의 의지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새벽까지 거실에서 뉴스를 틀어두고 가슴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았고 등골은 계속해서 사늘했다. 머리는 계속해서 어지러웠다.

우리의 일상을 망칠뻔한 그리고 망친 계엄령은 해제되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 사이에서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 있었다. 울컥하다가도 즐거워지고 또 화가 나고 옆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 그런 다양한 시간을 만들었다.

집에 오니 뜨끈했던 핫팩이 딱딱하고 차갑게 식어있었다. 12월 10일 한강 작가의 수상소감 원문을 보며 모두의 마음이 분노에서 잠시 따뜻함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보며 예술이 갖는 가치를 마음으로 새겨보았다. 12월은 바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요한 연말을 보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연말을 보내며 오늘도 피켓을 단장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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