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공간으로 외부를 구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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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공간으로 외부를 구축하기

문화매거진 2024-12-31 14:53:09 신고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내부를 파악하고 싶은 욕망과 외부에 대한 불신으로, 내부와 외부라는 말은 예술계에서 경력의 정도와 무관하게 누군가의 작업노트를 통해 쉽게 마주하는 키워드다. 사물을 보았을 때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수 없는 불투명성은 우리가 사물에 대한 깊은 상상을 멈추게 하고 사물을 더 사물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과 달리 ‘투명성’을 통해 조각 자체의 부피를 고찰하고자 했던 ‘나움 가보’를 짧게 언급해 보고자 한다.

▲ 도판1. Two Cubes (Demonstrating the Stereometric Method) (1930)
▲ 도판1. Two Cubes (Demonstrating the Stereometric Method) (1930)


나움 가보(Naum Gabo, 1890-1977)는 구축주의 작가로 분류된다. 그의 작업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투명하게’ 작품의 바라볼 수 있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나움 가보가 작품의 주요방법론으로 삼았던 “용적측정법(streometry)”의 설명이 필요하다. “용적측정법(streometry)”은 위의 ‘도판 1’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왼쪽 육면체’는 내부가 꽉 들어찬 입방체로 실제 일상에서 우리의 지각의 방식에 익숙한 형태이다. 그와 달리 ‘오른쪽 육면체’는 내부의 두 개의 면이 교차되어 내부를 분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른쪽 육면체’에서 보이듯 두 교차된 면은 상하면의 틀 또는 지지물의 역할을 통해 형태의 내부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하학적 입체의 핵심부를 드러내는 것은 빈 공간을 수용하면서 구체적인 사물을 인지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용적측정법(streometry)’이다. 

더하여 1920년 그의 ‘현실주의 선언’에서 “우리는 공간이 그 깊이를 통해 내부에서 외부로만 모델링 될 수 있고, 부피를 통해 외부에서 내부로 모델링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마주하는 풍경의 지각과는 다른 내부의 빈 공간을 수용하며 통해 외부를 파악해 나간다는 작업적 방법론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다.

▲ 도판 2. Head No.2(1916)
▲ 도판 2. Head No.2(1916)


가보는 1915년부터 판지와 합판으로 구상 조각을 만들었으며, ‘Head No.2’(도판 2)과 같은 그의 작품은 교차면을 활용하여 빈공간을 보여주며 부피감을 형성한다. 이는 관람자가 조각을 여러 각도로 관람하여야 인지할 수 있는 전체 형태를 축약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그의 방법론적 태도는 연장되어 투명성을 가진 재료로 넘어가게 된다. 

▲ 도판 3. Column(1923)
▲ 도판 3. Column(1923)


1920년 나움 가보는 ‘투명성’을 강조하며 투명 플라스틱을 작품에 활용했다. 관람자를 작품의 중심까지 도달하게 만들기 위해 작품들이 교차되고 연결되는 구조적 원리가 투명한 판들을 가로지르며 보이게 된다. 작품 ‘기둥’(도판 3.)은 재료의 투명성으로 공간과 시간 속의 작품이 인지되는 과정에서 관람자에게 총체적으로 함께 제공되면서 관람자는 스스로 그것들을 조율하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나움 가보의 작품에서 보이는 ‘용적측정법’과 ‘투명성’을 생각하며 3D 프로그램을 활용하던 감각을 떠올려 보았다. 스케치업에 만든 공간의 벽과 벽 사이를 드래그로 오가며 사이의 공간을 파악해 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컴퓨터의 화면 내부의 화각을 통해 신체의 지각 범위를 옮겨 가는 것과 유사하게 시각이라는 하나의 감각에 의존해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끼는 방식을 나움 가보는 고민하던 걸까. 

그는 공간을 가로지르고 지지하는 모서리를 통해 또는 투명한 재료들의 구성이 드러나는 중심부로 향하는 화살표를 노출시키며 내부를 통해 부피를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디지털상에서 내부와 외부를 유령처럼 넘나드는 것과 다르게 우리의 단단한 신체는 유령이 될 수 없다. 그가 바라본 방식인 유령적인 침투를 상상하며 내부가 비어있을지도 모르는 사면이 막힌 상자를 바라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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