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사람의 그림 이야기 - 지나갈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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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사람의 그림 이야기 - 지나갈 2024년

문화매거진 2024-12-31 14:38:10 신고

▲ 제목 없는 아트워크 / 그림: 김태이
▲ 제목 없는 아트워크 / 그림: 김태이


[문화매거진=김태이 작가] 그리 춥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숫자는 차갑지만, 닿는 공기에는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두터운 옷 하나 걸치면 밖으로 나가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인지 혼자서도 거리로 나서게 된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연말의 분위기로 즐거워 보인다.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얼굴과, 휴대폰 모니터에서 시선을 뗀 그들의 표정이 같은 길에 숨 쉬는 것 같았다.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 없었지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혼자 있지 않았으면 한다. 정확히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으면 했다. 유독 올해는 그런 기분이 더 강하게 들었다. 함께하는 삶이 더 가깝게 다가오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누구 하나가 멈추면 전체가 흔들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연결되지 않으면, 그러니까 서로를 향한 다리마저 끊어지면, 그 끝에 어떤 큰 상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삶이 더 가깝게 다가오기를, 서로의 무게를 조금씩 나눠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버티는 이 시간은 너무도 무거워질 것 같았다. 아마도 시대가 우리에게 기대감을 주기엔 너무 무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연락들을 했다. 다들 하루를 버텨내기에 바쁜 모습이라 마음이 쓰였다. 사실 이런 상황은 언제나 반복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 나와 그런 지금의 내가 이유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세상이 조금 더 크게 내게 다가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어떤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더 크게 내가 사는 이 시대의 감정을 느끼는 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나 하나 감당하기도 벅찬 삶인데, 굳이 감히 어림잡지도 못할 큰 것들까지 인식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자신 속에서 앞으로를 고민하기에도, 지금 이 순간 맞닿는 공기들이 너무나도 버겁다. 편한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건 그들도 이 시대의 어느 부분 속에서 그 모든 것들과 살아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이건 절망이다. 고독 속의 절망.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왔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내쫓긴 것도, 내몰린 것도 아니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섰다. 잊고 있었던 기억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영문도 모른 채 진도 바다 아래 잠든 친구들을 생각하며 광화문에 섰던 날.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것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는, 너무나 큰 것이었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무게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의 슬픔을 알아야 나 또한 이 시간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을 직시하며, 듣고 싶지 않고 느끼고 싶지 않은 시간들을 이겨내는 그들을 떠올렸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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