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부산국제아트페어 BIAF2024①에 이어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충격적이다. 관객이 이렇게까지 없나?”
“4일동안 테이프 소리(판매 작품을 포장하는 테이핑 소리)를 못 들었어.”
“소품도 판매가 안 됐어.”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자체가 얼어붙은 요즘, 현장에서 몸소 느끼는 칼바람은 너무 추웠다. 작품을 궁금해하는 관객은 커녕, 부스에 들어오는 발길 자체가 없으니 이 부스 저 부스 작가들만 모여 끼리끼리 지쳐 있었다. 설명이라도 하고 같이 웃기라도 하면 덜 힘들텐데- 하며 말이다.
바리바리 쌌던 작품들은 그대로 다시 포장되어 작업실로 돌아왔다. 매년 작은 작품 하나씩이라도 남의 손에 쥐어주고 왔었는데, 올해는 모두 다 함께 돌아온 것을 보며 먼 길 고생한 작품들에게도 나에게도 ‘수고했다’는 말부터 건넸다.
대신 부산에 간 김에 실컷 놀러 다녔다. 상황이 침체됐다고 사람까지 죽상일 필요는 없잖은가. 어떤 식으로든 그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느낀다면 그 또한 작업으로 돌아갈 것이란 걸 우린 모두 알고 있었다고 포장해 본다.
이번 부산행은 돌아오는 길에 기차를 타지 못했다. 왕복 세 시간씩을 오가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겐 서운한 일이었는데, 하필 또 그 주가 철도 파업이 있던 주였기 때문이다. 예매했던 열차가 운행 취소됐다는 사실을 불과 출발 시간 서너 시간 전에 알게 된 것은 둘째치고 작품부터 포장 철수해야 했다. 허허 웃다, 100호를 포장하느라 진땀을 빼다, 하루 더 묵을 숙소를 예약했다.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오랜만이라 또 허허 웃다가 잔류하는 동료들과 복어집에서 과식하다 보니 또 허허. 기차가 취소된 건 잘된 일이었던 것 같아-라며 좋은 이들과 함께 한 만찬에 행복해했다.
올 부산행은 유독 힘들고 즐거웠다. 만감이 넘실거린 두 마음을 넘기고 모쪼록 두 손을 모으며 내게 건넨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필요할까, 건넨다.
“고생했다. 올겨울은 이렇게 조용히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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