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이 원 작가 ‘없음으로 있는 것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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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전시관] 이 원 작가 ‘없음으로 있는 것들’展

뉴스컬처 2024-12-30 09:52:1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무언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표면의 형상을 재현하는 것 너머로 이면에 담긴 뜻을 추구하려는 의지는 동양 미술의 지난한 역사를 거쳐 현대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정신이다. 물리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존재와 세계는 이미 수많은 과학적 정보와 사실을 기반으로 공공연하게 노출되어 왔다.

이 원 작가는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외형에서 경계 없이 자유로운 방식을 지향한다. 머릿속으로 작업 과정을 설계하고 완성까지 이르는 단계를 전부 건설하려 하기보다는 본인이 느끼는 심신의 상태와 감각에 귀를 기울인다. 계획한 범위 밖의 영역을 함께 아우르고 본능에 따라 진행되는 즉흥성에 초점을 두며 열린 해석을 마련한다.

이 원 작가 ‘없음으로 있는 것들’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이 원 작가 ‘없음으로 있는 것들’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우리가 눈과 귀, 촉감으로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현실성을 근거로 한 직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기에 대부분 있는 그대로 믿으려 하며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눈으로 직감하는 대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전할 것이라는 사고는 이따금 새로운 의문을 내포하며 다소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 형식과 이성에 제한된 개념으로 이면의 것을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면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일일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가는 명백하고 자명한 사건 사고들에서도 우리가 느낄 수 없는, 내지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며 이러한 취지를 실천하고자 추상의 형태를 구현한다. 학문과 과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능성은 늘 남아있고 직접 확보한 지식은 자신이 알고자 하는 범위 안에서 한정된 효력을 지닌다. 개인이 관리할 수 없는 세계에 잠식된 정보의 부산물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이자 새로운 창작을 떠올릴 수 있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정해진 규정과 사회적 시선에 가로막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인식의 오류로부터 구속되지 않는 예술을 목표로 작업에 임한다. 작품의 중심 소재로는 먹을 사용하며 내재된 담백함과 정신성을 확장하고 안료의 자연적인 물성을 더욱 강조한다. 이를 통해 재료 본연의 성질로 시각적 미학을 공유하고 삼라만상의 근원적 세계를 상징적으로 함유하려는 취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석고 가루를 함께 활용하여 작품의 가시적 의미에 밀도를 더하고 물과 먹을 복합적으로 다루며 석고의 덩어리와 물의 수분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세밀히 포착한다. 작품에 드러나지 못한 잔여물은 해체하여 본래의 양상으로 복구한 뒤 재사용된다. 해당 과정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 진행 끝에 자리하는 소멸의 순환을 뜻하며 작가는 이 순환을 작업의 일환으로 대입한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자면 표면 위 눈에 띄는 물성과 더불어 재료를 선택한 이유와 각각의 소재를 결합하고 제작하는 단계 하나하나로부터 고유의 철학이 드러난다. 작가는 물질적인 것과 그 이면의 공간을 구분 짓지 않고 한데 아울러 수용하며 화폭에 가감 없이 노출한다. 한없이 유약한 사람의 내면 한구석을 지나치지 않고 진실한 작업을 이어가는 태도는 관람자로 하여금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와 살아가는 현재, 살게 될 미래의 가치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작품에서 인공 수단을 뛰어넘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각각의 현상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예술을 매개로 몸과 마음에서 비롯되는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을 유지하고 일정한 틀과 격식에서 한발 물러서며 진정한 자유를 좇는 자세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자유분방하게 흐르고 어우러지는 작품을 토대로 삶에서 가져야 할 이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25년 상반기 갤러리 도스 ‘시선 너머’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이 원 ‘없음으로 있는 것들’展은 25년 1월 1일부터 7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untitled,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53×53cm, 2023
untitled,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53×53cm, 2023
겨울 창문,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53×45.5cm, 2024
겨울 창문,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53×45.5cm, 2024
그 목소리,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38×45.5cm, 2024
그 목소리,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38×45.5cm, 2024
말의 흔적,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22×27.3cm, 2024
말의 흔적,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22×27.3cm, 2024
유정의 시간,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91×65cm, 2024
유정의 시간,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91×65cm, 2024
향,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60.6×72.7cm, 2024
향, 패널에 먹 외 혼합재료, 60.6×72.7cm, 2024

#글=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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